"처음엔 모두 욕하고 비난했지만 이제는 다들 인정하죠. 동네가 깨끗한 걸요."
쓰레기장과 다름없었던 달서구 감삼동 주택가 일대가 한 공무원의 열정으로 대한민국 모범동네로 거듭났다. 주인공은 감삼동사무소 7급 공무원 김문식(43)씨.
김씨는 지난해 8월 된장이 든 쓰레기봉투가 터지면서 구더기가 온 동네로 퍼지는 것을 보고는 주민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감시활동에 나섰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인근에 숨어서 쓰레기 불법투기 주민을 적발, 계도한 뒤 정도가 심할 경우 벌금을 매기며 전쟁을 하듯 단속을 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삿대질을 하기도 하고 몇몇 주민들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다수 주민이 그의 피눈물나는 노력에 감동해 쓰레기 분리수거 모범생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는 쓰레기 분리수거에 모든 걸 바쳤다. CCTV,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분리수거용 가방제작 등 각종 장비 및 물품 구입비용 1천여만 원을 자비로 댔다. 특히 방수천으로 만든 분리수거용 가방은 그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으로 올 들어 500여 가구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하늘색엔 캔과 플라스틱류, 녹색엔 병류를 담도록 만든 이 가방은 쓰레기 재활용률을 높이고 발생량도 30~40%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쓰레기 위탁관리업체의 새벽 청소시간을 1시간30분가량 단축했다.
그는 "딸 지영(8)이가 동화책을 넣어다니는 손가방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부가세 등을 포함, 원가 4천 원의 이 가방은 한 가구당 한 달치 재활용 쓰레기를 모을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든든한 응원군도 많아졌다. 환경명예감시원 김일한(57)씨는 8개월간 동행했던 둘도 없는 파트너. 두 사람은 매일 새벽 1, 2시까지 단속해 현장계도 200건, 위반적발 172건의 실적을 올렸다.
9통장 임기자(50)씨와 11통장 전영숙(47)씨는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굴의 무적사나이'라는 걸 알고 극성 팬이 됐다"고 했다.김씨는 "딸이 학교에 가면 다른 아이들에게 '너 왜 쓰레기 아무 데나 버려?'라고 꾸짖는다"며 멋쩍게 웃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김문식씨가 자신이 제작한 분리수거용 가방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사용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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