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섬유 쿼터제'라는 보호막이 없어지면서 지역 섬유가 또 하나의 '악재(惡材)'를 맞았다.
섬유쿼터제 폐지가 직접적인 수출 감소로 이어진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통계상으로는 분명히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섬유수출 감소가 환율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쿼터제 폐지가 상당한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출감소, 쿼터제 영향?
19일 대구세관에 따르면 1/4분기 대구경북지역 섬유수출액은 5억1천417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감소했다.
월별 섬유 수출액을 살펴보면 쿼터제의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월 지역섬유수출은 1억6천535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2.3% 감소하는데 불과했지만 2월 17.8%, 3월 8.5% 줄어들어는 등 감소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1월의 경우 지난해 12월 계약물량이 포함돼 있어 쿼터 폐지에 따른 영향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중국의 직물 수요 증가로 지역 직물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5%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역 섬유업체들은 '쿼터제 폐지의 영향이 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염색공단 내 ㅁ업체 관계자는 "섬유쿼터제 폐지로 대미 수출 장벽이 허물어진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라며 "가격 경쟁에서 확실히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역 컨버터들은 가격 경쟁이 치열함을 느끼는 정도가 더 컸다.
선코아퍼레이션 박상선 대표는 "품질면에서 분명 국산제품이 우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바이어들이 가격협상 때 중국을 들먹이며 가격을 깎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상 수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수출 감소분이 크지 않아 쿼터제 폐지의 영향이 생각보다 미미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장원규 부장은 "쿼터제 폐지로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1분기 수출감소는 최근 섬유수출 감소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라며 "2월 설연휴 등을 감안하면 아직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실제 1분기 지역 섬유수출액은 2001년에는 18% 줄어들었고 2002년에는 13.5% 감소했다는 것.
한편 중국, 동남아 등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는 의류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국내 의류 수출액은 1억9천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1% 감소했다.
◇중국은 독주
올해 섬유쿼터제 폐지로 중국은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중국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3개월 동안 중국의 섬유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고, 특히 대미(對美)수출이 3.5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섬유 수출액이 2008년엔 1천억~1천200억 달러,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3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독주에 대해 미국, EU, 캐나다 등 수입국들은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산 가운과 니트 등에 대해 이미 수입 제한을 했으며 폴리에스테르 셔츠와 바지 등의 수입 증가율 상한선을 7.5%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EU는 이번 주 안에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등의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캐나다 섬유업계도 퀘벡주를 중심으로 향후 3년간 중국산 섬유 수출증가율을 연간 7.5%를 초과하지 않도록 세이프가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한국섬유직물수출입조합 이정기 기획과장은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중국 섬유수출에 대해 일시적인 무역제재를 검토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국내 섬유업계는 긴장감을 늦추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섬유쿼터제 폐지에 따라 무역장벽이 사라져 지역 섬유업계와 중국, 인도, 동남아 등 후발국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 푸조우(福州)에서 열린 제10차 중국국제화섬회의에서 중국화섬공업협회 정식예 이사장은 2010년에는 생산량이 지금보다 7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생산량 20만t 이상의 기업을 25개 사로 늘리는 등 규모를 확대하고 민영·사기업 위주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 섬유정책'을 추진 중이며 베트남도 WTO 가입을 선언하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처럼 후발국가들의 섬유제품 공급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국제 시장은 더욱 혼란스럽게 전개될 예정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박원호 팀장은 "국제 경쟁이 치열해 짐에 따라 후발 국가와는 다른 고기능성 아이템으로 승부를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섬유쿼터제=1974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자국 섬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섬유수출국에 물량을 할당한 제도. 세계무역자유화 흐름에 따라 1995년 WTO 섬유협정(ATC) 체결 이후 단계적으로 축소돼 올해 1월 1일부터 완전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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