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석-감투 쓰고나니 돈내기 싫다고?

지난달 경북체육회 대의원 7명으로 구성된 전형위원회가 2005~2008년 임기 경북체육회 집행부(이사)를 구성하면서 이사들로부터 200만원씩 이사회비를 받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앞서가는 경북체육회는 역시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사회비는 경북 체육인들의 숙원인 체육회관 건립을 위한 종자돈으로 삼는다고 했다.

당시 회비를 받는 것은 권리만 주장하는 이사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는 좋은 방편이라고 여겼다.

대구시체육회 일부 가맹단체는 이전부터 이사들에게 회비를 받아 책임감을 갖게 했고 재정 자립도를 높였다.

이사회비는 이사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만큼 후보자를 추려내는 수단이기도 했다.

경북 체육발전을 위해 집행부가 앞장선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이사들이 기꺼이 회비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21일 열린 '제2차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됐다.

한 이사가 "전형위원회가 이사를 당연직(26명)과 비당연직(21명)으로 구분, 비당연직에게만 회비를 받았다"며 "구분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전형위원회가 집행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돈을 내겠다는 동의서를 강압적으로 받는 등 절차 방법상의 잘못된 점도 지적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였고 잘못된 부분은 고쳐져야 할 일이었다.

문제는 이에 편승해 일부 이사들이 전형위원회의 월권을 주장하며 이사회비를 납부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주장한 데 있다.

"돈 200만원에 팔려왔느냐. 엄청나게 자존심이 상했다.

전형위원회가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했느냐. 이미 낸 돈은 돌려주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사회에서 새로 결정해야 한다.

"

이사들의 이같은 주장을 들으면서 체육인이자 비교적 성공한 경제인인 그들의 사고에 대해 의아심이 들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은 모두 이사가 되기를 원했고 어쨌든 돈을 내겠다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사가 된 뒤 돈을 내기가 싫거나 낸 것이 아까웠던 것일까.

많은 인사들이 이사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예나 권리만 차지하고 여기에 따르는 약간의 의무를 안지 않겠다는 것은 체육회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경북체육회 이사들은 당연직이든, 비당연직이든 반드시 이사회비를 내야 한다.

여전히 이사회비를 내는 것이 잘못됐다고 여기는 이사들은 사퇴하면 된다.

또한 경북(47명)은 대구(35명)에 비해 이사 수가 너무 많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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