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가에서-똥 살리기 땅 살리기

'똥 살리기 땅 살리기'란 책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환경부에서 환경상을 받은 조셉 젠킨스. 그는 20년간 식구들의 분뇨로 간단하게 만든 퇴비를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데 사용했다.

그는 어떤 오수도 방출한 적이 없는, 작가이기 전에 실천가이다. 또한 우리가 무한한 자원인 똥의 실체를 보지 않고 똥을 폐기물이라 고집하면 언젠가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가르친다.

1999년의 화두였던 Y2K공포를 앞두고 미국 정부에서 구성된 위기대응팀이 어느 날 저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컴퓨터 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해결되지 않는 것이 바로 배설물 처리 문제입니다"라며 방법을 물어온 것이었다.

이때 저자는 "톱밥과 한 말들이 들통으로 톱밥변기만 만들면 시카고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라고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수세식을 가동할 수 없을 때에는 그대로 내다버릴 수밖에 없는 값진 유기물 자원에 대하여 사회와 시민이 얼마나 철저히 외면해 온 것인지를 통각하게 한다

'인분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비료라는 것을 과학은 알고 있다. 이 퇴비더미가 무엇인가? 바로 꽃들이 만발한 화단이며, 녹색 풀밭이며, 박하 백리향 세이지 같은 향신료이며, 식탁 위의 빵이며, 우리 몸속을 돌고 있는 따뜻한 혈액인 것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입김을 빌리지 않더라도, 앞날과 흙에다 온 걱정을 바치는 녹색평론가에게 열렬독자 박순조님이 어릴 적 똥 얘기로 맞장구를 친다.

"여름이 오면 아버지는 야산에 가서 억새풀과 고마니떼를 베어와서 숭덩숭덩 잘라 겹겹이 분뇨를 뿌려 놓았다. 얼마 후 거름 더미 위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그걸 몇 차례나 뒤적여 잘 섞어 놓으면 보드랍고 가무잡잡한 분뇨거름이 완성됐다. 이를 보리씨 뿌린 고랑마다 따뜻한 이불처럼 부어주면 보리가 얼어 죽지도 않고 잘 자랐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고 오히려 향긋한 풀냄새가 났다는 것이다." 인분을 퇴비화하는 사람은 밤하늘의 별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고희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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