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다쳐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길을 걷다보면 시가지 인도가 제대로 수평을 이룬 곳이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빗물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인지 인도는 대부분 차도변 하수구 쪽으로 경사가 져 있다. 부실 공사로 울퉁불퉁한 곳도 있고 주차장과 골목으로 통하는 경사진 진입로도 수없이 많다. 또 인도'차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 도로의 가장자리는 거듭된 아스팔트 덧씌우기로 경사도가 더 심하다.
◇ 그런 길을 다니기는 편치 않다. 장애인은 물론이거니와 발목이나 무릎'허리를 다친 사람, 노약자, 유모차'휠체어를 밀고 다니는 사람들은 적지 않은 고통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정상인의 경우도 골격 발달에 좋지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길을 가다가 지하도나 육교를 만나면 더 낭패다. 보조시설이 아무리 잘돼 있은들 평지보다 나을 턱이 없다. 다친 사람이 왜 나다니느냐고 할 지도 모르지만, 재활 치료와 필요한 운동은 해야 한다.
◇ 대구시내 중심가인 반월당 일대 횡단보도가 없어진 지 한 달이 넘었다. 지하상가-지하도가 완공되면서 주변 횡단보도를 몽땅 없애 버린 것이다. 응당 낭패를 당하는 사람이 많다. 에스컬레이트'휠체어리프트가 설치돼 있지만 편치 않다. 장애인 단체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실제 체험한 결과 30~40분 정도 걸렸다. 횡단보도면 3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 사실, 다리'허리를 다친 환자들의 고통은 일시적이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스포츠 재활의학을 비롯해서 다양한 의료적 지원을 받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환자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몸이 불편할 때는 인도가 왜 이 모양이냐, 횡단보도를 왜 없앴느냐, 불평하지만 그런 불평은 오래 가지 않는다. 불평보다 치료가 우선이고 또, 낫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 무심하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 그러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사는 장애인은 다르다. 워낙 방대한 인도의 불편은 차치하고라도, 있던 횡단보도가 없어진 것은 견디기 힘들다.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차량통행과 관련 상권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나, 장애'비장애인을 막론하고 사람의 보행권은 보호돼야 한다. 지하도'육교까지 있는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횡단보도가 생겨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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