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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삶-서명덕 상명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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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세상과 나를 잇는 통로

서명덕(徐明德·55) 상명대 총장은 화가다.

개인전 3회에다 단체전만 80회가 넘는다.

작가 출신의 대학총장은 홍익대 이대원 전 총장에 이어 두 번째다.

그림 그리는 일과 대학 총장이란 자리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붓을 놓지 않고 있다.

그림은 세상과 자신을 잇는 통로라고 한다.

서 총장의 작품 8할이 사람과 자연을 소재로 한다.

자연은 고향인 경북 의성에 대한 기억에서 자유롭지 않다.

"유년시절, 겨울 들판을 쏘다니던 기억, 꽁꽁 언 강에서 썰매 타던 기억, 푸른 잎들이 춤추던 의성의 산과 들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퇴근하면 넥타이를 풀고 집근처(서울 홍은동) 개인화실로 향한다.

'옆집 놀러가는 기분으로' 슬리퍼 끌고 찾는단다.

그러곤 밤새 이젤을 앞에 두고 자신만의 색채에 몰입한다.

어린 시절, 그림을 잘 그려 학교 사생대회 미술상을 휩쓸 정도로 소질이 있었다.

미술학원에 다니거나 누구에게 사사한 적은 없고 의성초등학교와 경북중에서 미술반 활동을 한 게 전부다.

하지만 고3 시절 헤르만 헤세의 소설 '지(知)와 사랑'을 읽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소설 한권이 삶의 방향을 이끈 것이다.

'지와 사랑'은 수도원의 교사인 나르치스와 제자 골드문트가 서로 대립하고 갈구하면서 인간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서 총장은 "이 책을 통해 그림은 그냥 묘사력이 좋다거나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는 재주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이 녹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예술가로 평생을 사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결국 그는 미대에 입학했다.

지난 69년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가 이듬해 서울대 응용미술과로 진학했다.

의성고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이었던 아버지 서재균씨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단다.

"왜 사서 고생하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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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에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은 상품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실용적 학문이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던 시기였던 만큼 디자인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산과 들, 자연을 노래하는 순수미술에 끌렸다.

학부시절엔 순수(그림)와 실용(디자인)을 같이 했고, 서울대 대학원과 미국 뉴욕 비주얼아트 스쿨을 거쳐 80년 상명대에 부임하면서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하게 됐다.

서 총장은 상명대(옛 상명여대) 교수로 재직한 지 20년 만에 총장이 됐다.

재단 측과 친·인척 관계도 아닌데 서울과 천안 캠퍼스 부총장을 거쳐 총장까지 오르고, 6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 서 총장은 "화가출신인 만큼 사회과학을 전공한 이들보다 훨씬 더 순수하게 사물을 보고 본질에 접근하는 편"이라며 "빙글빙글 돌려서 얘기하지 않고 직설화법으로 대화하니 사람들과 갈등이 없고 친해지더라"고 했다.

군에 간 아들(23)도 국민대 회화과에 진학, 아버지 뒤를 잇고 있다.

그는 "아들에게 화가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테크닉만 얘기할 뿐 아버지의 작품세계를 강요하거나 구체적인 길을 제시할 생각은 없다"면서 "둘러가는 길이라 해도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고 화법을 찾길 바란다"고 했다 .

서 총장은 "그림은 삶의 목적이자 삶의 의미다.

그림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열심히 잘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그림을 더 잘 그리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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