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스포츠의 힘

요즘 스포츠팬들은 살맛이 난다.

지역 팬들 입장에서 보면 삼성 라이온즈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시즌 개막 이후 계속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프로축구단 대구FC는 최근 두 경기에서는 연패를 당해 주춤하고 있지만 한때 단독선두에 오를 정도로 예상 밖의 선전을 하고 있어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은 환호와 아쉬움으로 국내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의 프로축구팀 PSV에인트호벤에서 뛰고 있는 태극 듀오 박지성-이영표는 비록 팀을 결승에 진출시키지는 못했지만 5일 새벽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명문구단 AC밀란과 맞붙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선제 골(박지성)과 두 번째 골 도움(이영표)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을 냈다.

클럽 대항전인 챔피언스 리그는 국가대항전인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와 함께 유럽축구를 양분하는 최고의 대회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결집해 있는 유럽무대에서 약체로 평가받은 에인트호벤이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 오른 것 자체가 작은 기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미국에서도 슈퍼 코리안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뉴욕 메츠의 서재응은 7이닝 1안타 무실점이라는 최고의 투구로 올 시즌 2승째를 올리는가 하면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는 비록 조기 강판당해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올해 3연승으로 2001년 이후 4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할 수 있는 좋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린 많은 경험을 통해 '스포츠의 힘'을 잘 알고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IMF 환란 때 미국에서 들려온 박찬호의 승리 소식과 미국여자프로골프에서의 박세리의 우승 소식은 힘든 나날을 잠시나마 잊게 한 청량제였다.

또 2002년 열린 한·일 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는 전 국민을 하나로 묶어 팍팍한 삶의 무게에 밀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스포츠의 힘은 승리 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4강의 기적이 결국 4위라는 안타까운 현실로 나타났을 때나, 지난해 삼성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도 온 국민과 지역 야구팬들은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두 경우 모두 아쉬움이야 진하게 남았지만 전자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선수들과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큰 목소리로 '대~한 민 국'을 외쳤던 우리들 스스로에 대한 환호일 것이고 후자는 패배도 최선을 다했을 때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데 대한 박수였을 것이다.

이러한 패배는 '다시 한 번'이라는 또 다른 목표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스포츠가 가진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

'멋진 패배'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 가능한 곳이 어쩌면 스포츠뿐일지도 모르겠다.

온 국민을 하나로 묶고, 눈을 확 뜨이게 할 만한 '기분 좋은 사건'이 스포츠 말고, 정치계나 경제계에서도 한 번쯤 일어나면 좋을 텐데…. 스포츠 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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