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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촌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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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신문마다 대서특필된 박찬호의 메이저 리그 개인 통산 100승 기사마다 재미있는 단어가 보인다. 박찬호의 이름 앞에 붙은 '촌놈'이란 낱말. '공주 촌놈' '촌놈 박찬호'... 앞서 황우석 교수 때도 그러했다. 뚝방길에서 소꼴 먹이던 충청도 '촌놈'이 세계를 놀래키게 만들었다고. 축구 천재 박주영도 '대구 촌놈'이다.

◇ '촌놈'! 상황에 따라 풍겨지는 뉘앙스가 이말만큼 천양지차인 말도 흔치 않을 성싶다. 정이 뚝뚝 드러나는 살가운 말일 수도 있고, 배알을 뒤틀리게 하는 모욕적인 언사가 될 수도 있다. 친근감, 자랑스러움 심지어 존경의 의미까지도 들어있나 하면 뒤에서 쑤근댈땐 비아냥거림이 묻어나기도 한다.

◇ 산촌이나 어촌, 섬마을 사람들은 스스로도 '촌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를테면 포항이나 경주 같은 중소도시 사람들은 대구사람에겐 촌사람이고, 대구사람은 또 서울사람에게, 서울사람은 도쿄사람 눈엔 한 수 아래이며, 콧대 높은 도쿄사람도 뉴요커들에게는 촌사람이다. 한데, 자부심 가득한 '뉴요커'도 사실은 촌사람들이 버글버글하다. 전 세계에서, 전 미국에서 온갖 인종과 온갖 지역출신들이 몰려든 용광로 같은 곳이다 보니 아칸소 촌놈이니 텍사스 카우보이니 촌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 눈을 우리 국내로 돌려보자. 소위 서울공화국 사람들 눈에 지방사람은 모두가 촌사람이다. 다만 '촌놈'과 '더 촌놈', '더 더 촌놈'이 있다고나 할까. 한데 '촌놈정신', 이게 장난이 아니다. 한 번 일을 냈다하면 대형 사건(?)을 터뜨린다. 미국 진출 17일만에 마이너리그로 추락했던 박찬호는 2년 동안 햄버거와 콜라로 끼니를 때우며 와신상담했다. 이후 승승장구하다 2001년부터 허리부상으로 다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오기와 끈기로 위업을 일궈냈다. 황우석 교수도 촌놈정신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적인 연구업적을 이뤄냈다.

◇ 누구나 좌절할 때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촌놈 근성을 가진 사람은 소처럼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데구르르 굴러도 또 일어난다. 오뚝이 기질이다.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질경이 기질이다. 인생의 실패와 좌절도 뚝심으로 이겨내는 '촌놈'들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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