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과 근로자는 '봉'이란 말인가

고용보험 등 노동부 소관 5대 기금이 총체적으로 부실 운영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은 실업과 산재, 체임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뚫리고 있다는 말이다. 실업 위기와 경기 침체에 몸살을 앓고 있는 근로자와 기업으로부터 무작정 많이 거둬들이는 대신 운용은 주먹구구식으로 했다니 근로자와 기업이 봉이란 말인가. 게다가 근로복지공단 어느 직원은 유령의 산재환자를 만들어 5억여 원의 돈을 훔쳤다니 노동부와 공단은 눈감고 있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가 180여만 명에 이르자 고용보험료를 67%나 기습 인상했던 노동부는 실업자수가 60만~70만 명으로 떨어진 뒤에도 보험률을 그대로 유지, 기금 운용의 탄력성은 외면한 채 거둬들이는 데만 급급했다. 돈이 남아돌자 기금은 실업과 무관한 부분에 쓰이는 등 그야말로 눈먼 돈이 됐다. 산재보험 기금의 운용 실태도 방만하다. 상당수 산재 근로자들이 요양 기간에 관계없이 평균임금의 70%인 휴업 급여가 지급되는 점을 이용, 터무니없이 길게 요양하고 있다 한다.

체불 임금이 법원에 의해 이미 배당됐는데도 불구하고 이중으로 체당금을 지급한 예도 있고, 체임이 없는 근로자와 기업주가 짜고 허위 체당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작 건설 사업장으로부터 임금채권 부담금을 징수해 놓고도 건설 현장 일용근로자 2천여 명에게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고용보험 등의 기금은 실업과 산재 등의 재해 발생시 충격을 완화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회 안전망이다. 사회 안전망이 이처럼 구멍이 뚫리고 방만하게 운용된다면 안전망으로서의 효용성을 잃게 된다. 준조세인 기금의 효용성을 살리기 위해선 국민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위기를 이겨낼, 금쪽 같은 돈이라는 정부 기관의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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