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송아지와 볏단論' 우화 설전

'공무원 징계' 빗댄 조 시장 발언에 전공노 반발

요즘 대구시장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간에 '금송아지와 볏단론(論)'이라는 우화 설전이 한창이다. 발단은 조해녕 시장이 지난 3일 정례조회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한 훈시 때문. 이날 조 시장은 시청 앞에서 매일 벌어지는 전공노의 1인 시위를 두고 "(그들은) 출근시간에 맞춰 '공직사회를 개혁하자는 사람은 파면시키고 뇌물 받은 사람은 가볍게 징계했다'는 논리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금송아지와 볏단론'을 끄집어냈다.

"옛날 우리 농경사회때 부잣집에 들어가 금송아지를 훔친 사람과 가을에 배가 고파 들에 말리고 있는 볏단을 훔친 사람이 재판을 받았는데 금송아지 도둑은 곤장 50대, 볏단 도둑은 사형을 받았다. 금전적으로 훨씬 가치 있는 금을 훔친 사람은 상대적으로 약한 형을, 경제적인 가치가 적은 볏단을 훔친 사람은 중형을 받은 것은 무엇을 얘기하는가?

볏단 도둑은 농업경제시대에 사회의 기본질서를 깨트린 것이고 그것을 막아주지 못할 경우 나라의 기초가 무너진다. 금이나 귀중품을 훔치는 것은 국가의 기본질서와 관련이 없다.

법에 의해 단체행동이 금지되어 있고 국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공무원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자기 권익을 추구하는 것은 공직사회의 기본질서를 위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집단행동)은 중형, 뇌물받은 것은 그 액수와 정황에 따라 징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여러분들은 이론무장을 하기 바란다."

이에 대해 전공노 대구경북지역본부는 8일 '대구시장이 지키고자 하는 기본질서에 뇌물 공직자는 제외되는 것이냐?'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조 시장의 훈시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공노 대경본부는 "조 시장의 논리는 왜곡·편향되고 비이성적인 것"이라면서 "비리와 부정은 그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요소임을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도 조 시장이 말하는 기본질서는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조 시장의 사과와 파면·해임된 공무원들의 복직을 요구했다.

최근 전공노는 지난해 11월 파업으로 시 공무원 9명이 파면·해임됐는데도 지난달 말 업자로부터 뇌물 200만 원을 받은 달성군 모과장이 정직 1월의 징계를 받은 것을 두고 '형평성이 없다'며 비난을 해왔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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