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저물지라도 누구나 아침이면 꽃으로 피어난다/ 귀 기울이는 쪽으로 마음을 피우는 꽃나무들/ 오는 아침 나는 무슨 꽃의 색깔로 피어날까/ 한 번은 붉게 피우고 말 생을/ 사람들의 하루는 구비친다…'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30여 년 동안 웅숭깊은 시세계를 닦아온 시인 이기철(영남대 교수)씨가 열두 번째 시집 '스무살에게'를 냈다.
복사꽃 피고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날이면 스무 살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다.
시인은 청도 각북 산골에 오두막 집을 지었다고 한다.
은둔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삶의 끈을 늦추며 절여진 마음의 때를 씻기 위해서다.
시집 속에는 그래서 하늘로 물살지는 붉은 종소리와 흙의 살 찢어지는 소리가 있다.
너무 많이 노래불러 목이 쉰 도랑물 곁에서 문 밖으로 나간 마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이 스며있다.
시인은 자연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따스한 눈길로 보고 전한다.
그것도 세심하고 절절하게.
문학평론가 박호영(한성대 교수)씨는 "이기철의 시는 때로는 낮게 깔리며 엄숙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속살거리며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자세를 현대인들에게 교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홍(경희대 교수)씨는 "자기 성찰과 참회 또는 속죄의 노력을 통해 삶의 진정성을 확보하려는 몸부림을 보여주는 게 한 특징"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인은 책 머리에서 "세상이 어두울수록 밝은 말을 찾으러 길 헤맸다"면서도 "내 속삭이는 말이 누구의 가슴에 한 방울 이슬로나 맺힐 수 있을는지"라며 물음표를 찍었다.
이번 시집에는 '들꽃같이', '햇볕의 잉크로 시를 쓰면', '산마을 노래', '풍경' 등 4부로 나눠 60여 편의 시를 담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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