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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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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부르하르트 지음/ 참솔 펴냄

누구나 사용하고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화장품. 오늘날 화장품은 남녀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그러나 100여 년 전만 해도 화장은 유럽에서조차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다. 사회적 신분이 아주 높거나 낮은 여자들만 화장을 했다. 세상은 바뀌었다. 요즘은 남성들도 화장은 물론 성형수술까지 감행한다.

이처럼 화장품과 뷰티산업이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게 된 데는 미의 제국을 건설한 세 명의 '아름다움의 여왕'의 공이 크다. 헬레나 루빈스타인과 엘리자베스 아덴, 에스티 로더가 그 주인공. 이들의 이름은 명품 화장품의 대명사이자 전 세계 뷰티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의 명칭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의 제국'은 루빈스타인, 아덴, 로더의 화장품 사업 성공기를 시대별로 엮은 책이다. 이들은 전문지식과 자본이 없거나 부족하면서도 꿈과 열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만으로 화장품업에 뛰어들었다. 동시대를 살아간 세 여걸은 때로는 경쟁자, 때로는 동반자로 지내며 거의 성공 가능성이 없어보이던 가내 공업을 50년 만에 연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시켰다.

여왕들의 출발은 소박했다. 1870년 폴란드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헬레나 루빈스타인이 호주 멜버른에서 뷰티살롱을 열었을 때 그녀의 손에는 한 화학자가 개발한 크림과 사업 자금 250파운드가 전부였다. 캐나다 출신의 엘리자베스 아덴 역시 오빠에게 빌린 6천 달러로 자신의 살롱 '레드 아이'를 열고 삶의 전부를 걸었다. 헝가리계 유대인 이민자 출신의 에스티 로더는 미용실 한쪽에 작은 특판매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뷰티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의 일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초월했다. 헬레나는 너무 바쁜 나머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에게 화장품에 상표를 붙이고, 간단한 서류를 만들고 우편물을 부치는 일을 시켰다. 그는 기자회견과 광고, 우편판매를 실시했으며, 방수 마스카라와 색조화장품 등을 출시했다.

경쟁 관계에 있던 엘리자베스는 뛰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36세가 될 때까지 남자를 한 번도 사귀지 않았을 정도로 일에만 전념했다. 이후 화장품 제조업에서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섰고, 1947년에는 미국 내 모든 기업 중 소비자 인지도 2위 기업에 오르면서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인물이 됐다. 평생 아이를 갖지 않았던 그녀는 경주마에 애정을 기울여 승마산업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마케팅의 여왕'으로 불린 에스티는 팔고 남은 화장품을 예쁘게 포장해 나눠주는 '샘플마케팅'을 처음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샘플마케팅은 지금의 화장품업계에서도 활용하는 중요한 마케팅 방법이다. 에스티 로더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천재 경영인 20인'에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뽑힐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에스티는 "이 세상에 못 생긴 여성은 없다. 오직 자신을 가꾸지 않거나 자신이 아름답다고 믿지 않는 여성이 있을 뿐이다. 아름다움은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들의 소망을 충족시켜주면서 자신의 꿈을 이룬 삶이 진정 아름답게 보인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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