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자녀 교육에 미치는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맹모삼천지교'가 흔히 인용된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 교육을 위해 묘지, 시장, 학교 근처로 집을 세 번 옮겼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고심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 오늘날에 와서는 자녀의 명문 학교 진학을 위해 무리하게 이사를 하거나 위장전입을 마다하지 않는 명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맹모삼천의 교훈을 한 번 뒤집어 생각해보자. 맹자가 묘지와 시장 근처에 살면서 제사 지내는 흉내를 내거나 장사 놀이를 하는 등 일반 백성들의 삶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과연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가 될 수 있었을까. 어려서부터 글방에만 틀어박혀 책 읽는 데만 시간을 보냈다면 인의와 덕으로 백성에게 선정을 베풀라는 왕도정치의 참된 필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뜬금없이 맹모삼천지교를 엉뚱하게 해석하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가 교육복지라는 이슈를 모두의 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다른 학생들의 가정환경이 좋지 못하다고 탐탁찮아 하거나 무조건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마침 대구시 교육청이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에 대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영구임대아파트 지역 내의 학교와 복지관, 여러 기관'단체가 연계해 교육'문화'복지를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해소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메마를 대로 메마른 우리 교육 현실에선 진작 추진됐어야 할 일이다. 너도나도 내 아이 성적 올리는 데만 열을 올리고, 좋은 대학 보내는 데만 노심초사하느라 남의 아이 밟고 올라서는 일을 당연시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늦은 감도 있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실무 담당자들은 이런저런 우려를 털어놓았다.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교육복지 운운하는 사업의 대상이 됐다면 달가워할 부모가 얼마나 될까 싶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자존심을 고려해 철저하게 일대일 사업을 한다든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한다든가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학생, 학부모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어려움이 적잖으리란 것이다. 사업 대상이 됐다가 내년에 원생 모집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유치원도 있다고 한다.
시범 운영을 마치고 이제 겨우 전국으로 확대하는 교육복지 사업에 처음부터 큰 기대를 걸 수는 없다. 시행착오도 있고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교육청과 학교, 기관'단체 등의 관심이 정책과 재정, 시설 등에 쏠려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사업의 주된 취지가 사회 통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기꺼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일이 아닐까 싶다. 모쪼록 다른 지역이 부러워할 교육 공동체를 구축해 맹모삼천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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