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종로1가 만경관 옆 횡단보도. 시각장애 1급인 이제상(39), 정태흠(39)씨는 횡단보도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신호등이 녹색 불로 바뀌었지만 음향신호기는 '먹통'이었고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 두 사람은 신호를 두 번이나 놓친 뒤 반대편 분식점 주인 김상덕(44)씨가 '빨리 오라'고 외치자 그제서야 건널 수 있었다.
이곳 음향신호기는 작동 않은 지 벌써 6개월가량 지났다.
이씨는 "얼마 전엔 빨간불에 건너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털어놨다.
대구시내 주요 도로 횡단보도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곳곳이 고장나 아예 소리가 나지 않거나 한쪽만 작동해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또 일부 노점상들이 '음향신호기가 시끄럽다'며 고장 내거나 부숴버리고, 일부 학생들이 계속 버튼을 누르며 장난을 치는 바람에 제대로 작동하는 곳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노점상도 문제. 시각장애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넌 후 리어카에 부딪쳐 넘어지거나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씨는 "노점상까지 횡단보도를 막고 있으면 장애인을 외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서러워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5년 전부터 설치된 음향신호기는 현재 대구시내에 283대로 지난 4월 62대가 고장나 지난달 일제히 정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당자는 "보수공사를 해도 금방 고장 나는 경우가 잦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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