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김모(22) 일병이 게임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과 현실의 폭력범죄 연관성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군에 따르면 김 일병은 평소 휴가 때 국산 온라인게임을 열심히 즐기는 등 '게임광' 수준의 게이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김 일병이 게임을 광적으로 즐겼다면 내부구조가 사각형인 GP를 같은 사각형 컴퓨터 화면 속의 가상현실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등 이번 사건과 게임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관측이 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 관계는 이번에 처음 부각된 것은 아니며 특히 게임 묘사가 갈수록 사실적이고 잔인해지면서 외국에서는 갈수록 논쟁이 뜨거워지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범인들이 폭력게임의 영향을 받았다"며 유명 1인칭 슈팅게임 '둠(Doom)'의 ID 소프트웨어 등 25개 게임업체를 상대로 지난 2001년 소송을 낸 바 있다.
또 지난 2003년에는 미국 10대 소년 2명이 대히트 액션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Grand Theft Auto, GTA) 3'를 모방해 총기난사 사건을 저질렀다며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피해자들에 의해 피소됐다.
당시 각각 13세, 16세인 범인들이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한 사건으로 이들은 조사에서 GTA 3게임에서 범행의 영감을 얻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서구에서는 학부모 단체, 종교단체 등이 주도해 폭력적 게임에 대해 판매금지 등 규제를 촉구하는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면서 게임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같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많은 조사가 이뤄졌지만 아직 게임과 폭력범죄의 연관성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이 논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컬럼바인 사건과 관련, 지난 2000년 미국 워싱턴주보건성이 펴낸 '비디오게임과 현실생활의 공격성' 보고서는 기존 연구를 모두 검토한 결과 "게임과 현실 공격성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일본에서도 작년 문부성이 비디오게임과 청소년의 폭력성에 대해 향후 20년간 장기적 연구를 수행한 뒤 결론을 내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전문가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과 폭력성에 대한 외국 연구들도 연구방법에 따라 결과가 다소 엇갈린다"며 "공격적인 게임을 하고 난 뒤 공격성이 증가됐다는 실험결과와 스트레스가 해소돼 완화됐다는 결과가 모두 있다"고 밝혔다.
위 교수는 "그러나 게이머의 나이가 어릴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쉽다는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며 "성인과 달리 어린이들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재로선 게임과 폭력성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는 어려우나 특히 아동들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점을 들어 이번 총기난사 사건을 게임과 직접 연관시키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으며 또 하나의 '희생양' 찾기일 수 있다는 반론이 업계와 네티즌 등으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군 발표로도 김 일병이 범행을 지난 17일께부터 사전에 치밀히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순간적으로 현실과 가상 공간을 착각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당초 김 일병이 부대 안에서 게임을 즐기면서 부대원들과 관계가 악화됐을 가능성이 군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군 합동조사단은 "부대내 게임 이용은 제한된다"고 밝혀 이 같은 가능성을 사실상 부정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김 일병이 어느 게임을 얼마나 했는지 밝혀진 바도 없고 사건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도 않은 상태"라며 "게임이 젊은층을 비롯해 거의 국민적 여가문화가 된 시점에서 단지 범인이 게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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