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62)씨는 4, 5일 전 담이 들린 것 같이 뻐근하게 가슴 부위가 아팠다. 혹시 잠을 잘못 자서 그런가 싶어 무심히 넘어가려 했지만 통증이 심해졌다.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했는데도 안 좋아지고 이틀 전부터 피부에 뭔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상포진에 걸린 대부분 환자들이 겪는 과정이다. 대상포진은 피부 발진이 생기기 전(보통 4, 5일)에는 진단이 어렵다. 그래서 발생 부위에 따라 두통이 심한 경우 머리에 CT를 찍거나, 왼쪽 가슴 부위에 통증이 있는 경우 심근경색을 의심해 검사하기도 한다. 옆구리 쪽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방사선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한다. 당연히 원인을 찾지 못한다.
대상포진은 대상포진-수두 바이러스에 의해 피부와 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해가 갈수록 대상포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피부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4년부터 최근 10년간 대상 포진 발생률이 2배로 증가했다. 또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0년 9만7천931명에서 지난해 14만5천17명으로 늘었다. 노인 인구의 증가(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수명 연장 포함)와 면역억제제 사용의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어릴 때는 수두의 원인이 되며, 수두가 치료된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 몸 속의 신경을 타고 신경절 속에 숨어 있다가 우리의 몸이 약해지거나 다른 질환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다시 활성화되어 이 병을 일으킨다.
신경의 분포를 따라서 주로 몸의 한쪽 피부에만 나타나는 수포성 질환으로 아주 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몸의 한쪽에만 통증과 수포를 동반한 피부 병변이 발생한다. 또 감각신경과 운동신경 중 주로 감각신경에 침범한다.
첫 증상은 몸의 한쪽 편으로 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두통, 호흡 곤란, 복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그러나 수일 내에 물집(수포)이 나타나면 이 질환인지 곧 알 수 있다. 진단은 수포의 모양과 편측에서 발생하는 통증으로 할 수 있다.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수포 부위 피부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기도 한다.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피부 조직검사를 하거나, 수분을 함유한 바이러스를 배양해 직접 확인하거나 바이러스 DNA를 검출해내는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치료는 수포 발생 3~5일 이내에 항 바이러스제를 약 일주일 정도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이와 함께 진통제, 경우에 따라선 항생제를 쓰는 경우도 있다. 국소적으로 냉습포 후 병변 부위에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국소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치료의 시작이 늦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 또는 암 등의 내부 장기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 후에도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 달 또는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이 병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서 합병증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눈 주위에 생긴 경우에는 각막염, 홍채염 등의 합병증이 올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실명 위험도 있다. 얼굴이나 귀를 침범한 경우 안면 신경마비, 청력이상, 뇌막염 등의 합병증이, 방광 부위에 발생하면 배뇨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합병증으로는 질환의 전신파급이 있다. 이것은 마치 수두와 같아서 환자의 2~5% 정도에서 드물게 일어나는데 암과 같은 다른 동반질환이 있거나 면역계통이 약화되어 있을 때 흔하므로 좀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포진 후 동통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데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고령일수록 심하여, 진통제 투여로 효과가 없을 때는 신경차단 수술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이규석, 김창욱 계명대 동산병원 피부과 교수
◇ 대상포진 환자 88% 감염여부 자각 못해
"대상포진이 뭔가요?"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가 최근 대상포진 환자 3천6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상포진 환자 대부분은 질병에 대한 이해와 인식 정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의 88.2%가 스스로 대상포진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대상포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환자도 상당수였다.
이에 앞서 지난 2004년 국제노화연맹의 대상포진 인식 국제조사결과에서도 국내 환자의 74.5%가 대상포진이란 병명을 대해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응답, 한국인 인지도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 김홍직 회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대상포진에 대한 관심과 인식 증진의 필요성을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 대상포진은 두통, 복통, 근육통 등 다양한 전조 증상이 나타나 피부에 물집이 생기기 전까진 다른 병으로 오인하기 쉽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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