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환자에게 무안을 주거나 호통을 치는 의사들의 잘못된 습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기사가 신문에 실린 날 저녁 한 이비인후과 원장이 기자에게 전화를 주셨다.
"글을 읽고 그동안 환자에 대한 말투나 행동에 대해 돌이켜보게 됐습니다. 별다른 의도 없이 한 말이나 행동이지만 환자의 마음이 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그 원장은 환자의 에티켓에 대해서도 할 말을 좀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20대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진료실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치료를 하고 있는데 환자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잠깐 전화를 받았다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정을 얘기하고 끊을 줄 알았는데, 그 환자는 치료 의자에 앉아서 몇 분 동안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원장은 환자의 황당한 행동을 지적했지만, 그 환자는 '웬 간섭이냐'는 듯 대꾸도 하지 않고 치료가 끝나자 진료실을 나갔다고 한다.
병원에 가면 눈에 띄는 안내문이 있다. '휴대전화 사용을 삼갑시다' 휴대전화 벨소리와 통화음은 다른 환자들에게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의사의 진료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진료실 안팎에서는 연신 휴대전화 소리가 울려댄다.
또 다른 사례. 대구 시내에 개원한 내과 원장이 겪은 일이다. 그곳은 성인병 환자를 많이 보는 곳이라 대기실에는 늘 10여 명의 환자가 줄을 잇고 있다. 어느 날 인근의 은행 지점장이 당뇨병 때문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 그는 의사와 문진 과정에서부터 자신이 바쁜 사람인 것을 강조하며, 두 달분의 약을 처방해 줄 것을 요구했단다. 의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증상을 봐 가면서 약을 써야 한다고 했지만 그 환자는 막무가내였다. 내과 원장은 "아무리 의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약을 처방하거나 치료를 하는 것까지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환자 편의대로 하려고 해서 되겠느냐"며 씁쓸해 했다.
환자는 의사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고, 의사는 환자가 제멋대로라고 탓하고 있다. 질병의 치료는 환자와 의사의 신뢰에서부터 시작된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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