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25 동족상잔의 현장 순례

낙동강 굽이굽이 '전쟁의 상흔'

칠곡의 곳곳엔 아직도 6·25전쟁의 상흔들이 남겨져 있다.

다부동 유학산 전투의 현장에는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 매년 6월이 되면 당시의 참상을 기억하는 참전용사들과 그 후손들의 발길이 북적인다.

참전용사들에겐 이곳이 먼저 간 전우들의 넋이 스민 숭고한 성역지다.

그들은 "이곳에 오면 늘 가슴이 저릿해진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까?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자녀와 함께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던 현장을 찾아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보자.

◇6·25격전지 순례탐사로

다부동은 북한군이 대구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목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

마을 부근 곳곳에 ○○○고지, ○○○고지 입구란 팻말들이 6·25 당시 전쟁터였다는 증거로 남아있다.

당시 전투현장을 생생히 경험해보려면 유학산 6·25격전지 순례탐사로를 따라가 보는 게 좋다.

유학산 격전지 탐사로는 다부동 전적기념관 맞은편에 있다.

6·25를 기념해 6.25km로 조성한 탐사코스는 다부동 전적기념관 정문 앞에서 곧장 유학산으로 치고 오르는 코스와 반대편 코스 2가지.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지나 왜관 방면으로 1km 정도 가면 만나는 팥재주차장에서 시작하는 도봉사-팔각정-674고지-다부동 전적기념관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비교적 완만하다.

도봉사를 지나 30분이면 839고지인 팔각정에 도착할 수 있다

팔각정에 올라서면 당시 적군이 쳐내려오던 코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능선을 따라가보면 여러 고지가 잇따르고 곳곳에 당시에 만든 참호들이 발견된다.

그 주변엔 수년전 유해발굴 작업을 벌인 흔적도 남아 있다.

백척간두(白尺竿頭)의 상황에서도 기꺼이 목숨을 조국에 바친 영웅들의 혼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인근 도개온천에서 땀을 식히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다부동 전적기념관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금방 다부IC에 도착한다.

IC를 빠져나오면 곧바로 전적기념관을 만난다.

넓은 광장에는 6·25 당시 참전했던 탱크와 비행기가 전시돼 있다.

탱크 모양의 기념관은 장엄한 모습으로 유학산과 마주보고 있다.

주변에는 조지훈 시인의 '다부원에서' 시비와 구국용사 충혼비 등 다부동 전투에 참가했던 전우들의 이름이 새겨진 각종 비들이 서 있다.

이곳엔 일반주민들과 학생, 군인 등 매년 전국에서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다녀간다.

몇 가족이 어울려 단체로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라면 미리 기념관 사무실에 연락해 한국자유총연맹 경북도지회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당시 전쟁상황을 비디오로 감상할 수 있다.

◇왜관 철교

낙동강을 가로질러 왜관읍과 약목면을 잇는 왜관철교는 6·25 당시 한강다리와 똑같은 운명으로 폭파를 당했던 가슴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호국의 다리'다.

6·25 당시엔 유일한 철교였으나 요즘은 인도교로 이용되고 있다.

총길이는 469m.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 다리를 직접 건너면 다리 난간 곳곳에서 6·25 당시 포격을 맞았던 흔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치 양철조각처럼 심하게 휘어져 있는 두꺼운 철판들은 용케도 50년을 넘게 버텨오고 있다.

한때 철도청에서는 이 다리의 철거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리를 보존하자는 칠곡군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93년에 복구, '호국의 다리'로 이름지어져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왜관 전적기념관

왜관에서 구미3공단 방면으로 가다보면 석적면 중지리 도로 옆 왜관지구 전적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6·25 당시 인근 자고산 전투 등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여 건립됐다.

다부동 전적기념관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6·25 참전용사 충훈비와 UN군 왜관전승비, 왜관지구전적비가 있다.

칠곡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6·25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6·25를 맞아 하루쯤 자녀의 역사공부를 위한 휴일 나들이를 나서보자.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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