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루이 에르네스트 모피'장군은 무려 48년간 한번도 극장이나 카바레 영화관 같은 오락시설에는 발을 들여 놓지 않았다고 한다.
화려한 도시 파리 한복판에 살면서도 유흥시설에는 발길을 들여놓지 않은 이유는 그의 고향 메스 시(市)가 독일에 점령된 이후 열세살때 고향을 떠나면서 '메스 시가 다시 프랑스 땅이 되기 전에는 결코 모든 환락시설에는 드나들지 않겠다'는 맹세 때문이었다. 그 뒤 프랑스 사관학교를 졸업, 군인이 된 그는 프랑스 육군 최고 사령관이 될 때까지 그 약속을 지켰다.
또한 그의 두 아들이 군대에 복무할 동안에도 똑같이 스파르타 식의 군인정신을 가르쳐 영화관 등 오락시설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의 칼날 같은 군인의 기개와 정신은 1차 대전의 승리로 메스 시가 다시 프랑스 영토로 반환될 때까지 이어졌다. 고향수복 후 그가 48년만에 처음으로 영화관을 찾아가던 날 메스시민들은 길거리에 몰려나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노병(老兵)의 강철 같은 군인 정신을 영광으로 환호했다. 군인은 용기와 공격정신 그리고 사기와 기강으로 무장돼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주는 일화다.
최근 잇따른 일부 군부대의 기강해이와 불상사를 보면 우리 군에 과연 루이 장군 같은 자강의 군인정신이 살아있는지 의심스럽다.
'여자 친구가 소식이 없어 궁금해 탈영했다'는 기합 빠진 병사나 고참의 욕설이 섭섭했단 이유로 잠자는 친구들 몸 위에 수류탄을 던지는 병사에겐 신세대의 이기적 자아만 보일뿐 군인의 정신은 보이지 않는다.
28사단의 참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신세대 병사들에게는 변화된 군대문화와 병영생활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내놓고 있다. 군대도 변할건 변해야 한다.
그러나 군대라는 특수 조직에 요구되는 기본만은 시류에 따라 적당히 영합하듯 변질돼서는 안 된다.군대는 대학 동아리 같은 조직이 아니다. 전쟁때는 명령 하나에 죽고 사는 조직인 만큼 조직이 지녀야하는 조직 나름의 문화와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병영밖의 자유인들을 통제된 조직 속에서 강인한 인간으로 훈련시켜 군인답게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특별하고 강한 인내심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기합과 욕설 같은 불합리나 모욕까지도 참고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꼭히 비좁고 열악한 내무반에 칼잠을 재우는 것이 강군을 만드는 합당한 방법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욕설을 많이 퍼부어야만 강군이 된다는 논리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강군을 위해서는 강한 인내가 필요하고 신세대 병사의 합리적 신사고도 존중돼야 한다는 얘기는 서로 모순될 지 모르지만 이번 참사를 놓고 군과 병사 그리고 부모들은 그같은 상호 모순된 강군훈련법을 각자 자기 반성쪽에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군은 일방적으로 사기와 용기와 기강만 기대하고 요구하는 대신 병영환경의 현대화와 GP시스템의 첨단화 같은 전략적 변화에도 예산과 관심을 쏟겠다는 자성이 필요하다.
신세대 병사들 역시 48년을 버틴 루이 장군의 군인 정신까지는 못미치더라도 불과 2, 3년의 복무기간정도는 PC게임이나 여자친구 안부 챙기기 같은 감성적인 여유를 억제하고 고참의 욕설쯤 참고 넘길 수있는 담력과 정신적 맷집을 키워보는 것도 군생활의 유익한 자기단련일 수 있음을 성찰해야 한다.
신세대 부모들도 절반이 외동아들인 군대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욕설하나 못 참고 견뎌내지 못하는 유약함이 어디서 길러졌을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요즘의 신세대들이 다 병영 생활을 못 견뎌내는 마마보이들은 결코 아니다. 해병대나 특수부대를 자원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칼잠과 기합 속에서도 당당히 군복무를 마치고 강인한 군인으로 거듭나 후방에서 일터를 지키며 버텨 주고 있는 것은 그나마 희망이다.
군인은 강해야한다. 한나라의 군인과 젊은이가 유약하고 편해지려들면 그 나라는 쇠잔한다. 스피디한 기마 부대의 강인함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칭기즈칸도 이렇게 말했다. '내 후손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서 자는 날 내 제국은 멸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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