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한 그릇, 열무김치 한 찬합, 계란말이 한 줄, 생수 한 병 주섬주섬 배낭에 챙겨 넣고 산으로 간다.
언제부턴가 산을 찾는 게 주말 일상이 되었다.
무작정 걷다 보면 어느새 중턱에 이르고, 한숨 돌리고 다시 뚜벅뚜벅 오르면 저만치가 정상이다.
가없는 하늘, 흘러가는 구름, 시원한 바람 그 아래 반짝이는 이파리들…. 눈부신 숲의 향연에 취해 널찍한 바위에 몸을 누인다.
한줄기 바람은 마음의 때를 벗겨가고, 한 조각 구름에 근심걱정 실어 보내니 어느 듯 무념무상 눈과 마음이 고요해진다.
영혼이 맑아진다.
이런 걸 산이 주는 푸름의 '카타르시스'라고 할까.
등산을 시작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산을 찾을 때마다 언제나 산은 충고와 격려, 기쁨과 용기, 그리고 참된 삶에 대한 가르침을 말없이 건넨다.
늘 깨우침의 선물을 아낌없이 주는 스승이요, 친구이다.
고즈넉한 산속을 걷노라면 어디선가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이 일상에 지쳐 찌푸린 내게 상큼하게 미소지으라고 속삭인다.
굴곡 심한 능선길은 삶의 고단함에 지쳐 그만 포기하려는 내게 조금만 더 견디어 보라고, 곧 평탄한 길이 시작됨을 보여주며, 힘내라고 처진 어깨를 어루만진다.
바위틈에 피어난 이름 없는 한 떨기 들꽃이 겸손하게 고개 숙임을 부끄러워 말라하고, 성하(盛夏)의 그늘에서 피어나는 순백의 여름 산꽃들은 무더워질수록 은은하게 피워내는 자신의 향기처럼 청아하게 살라하고, 무성한 이파리들의 나부낌은 어울려 행복하라고 손짓한다.
이뿐이랴, 모든 걸 포용하며 천천히 여유롭게 살아가라고 산은 자신의 그 큰 그림자를 관대히 드리운다.
사람들의 발길에 어지간한 산들의 등산로가 발목이 잠길 정도로 패었다.
그만큼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장 보편적인 여가활동이 된 등산이 신체의 건강만 노래하는 산행예찬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산으로부터 삶에 대한 자연의 가르침과 큰 덕을 배워 아름답고 풍부한 삶을 노래하는 인생예찬으로 승화되었으면 한다.
주말에 만날 산을 그리며 가수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을 흥얼거려본다.
산행 같은 인생길에 변함없는 친구 산이 있어 행복하다.
대구공정거래사무소 가맹사업거래과장 최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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