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짜 밥굶는 아이들 많다"

올 여름방학 '급식대란' 또 일어날 판

보건복지부가 방학 동안 학교급식을 못 받는 학생을 위한 '아동급식 확대 지원 대책'을 발표한 지 8개월. 관련 공무원과 복지분야 종사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선심성 시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식아동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수혜대상자 수만 늘려놓는 바람에 확대 전에도 모자랐던 민간 급식소와 사회복지공무원이 더 부족하게 됐다는 것이다.

◇밥 굶는 아이들, 어떻게 1년새 10배로 늘었나?

대구시와 각 구청이 현재 지원하고 있는 결식 아동은 모두 6천315명(5월 말 기준)으로 학교에서 무료 급식을 하거나 동네 음식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주·부식 등을 지원받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아동급식 확대 지원책 발표 전인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대구지역 결식아동은 987명에 불과했다. 각 동사무소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직접 조사, 선정한 기초생활 수급가정 자녀, 소년소녀가장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확대 지원책 발표 후 겨울방학 동안 급식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결식아동은 1만1천325명, 무려 열 배로 늘어났다. 방학이 끝나고도 6천 명이 남아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배에 달했다.이는 그나마 시와 구청이 허수(?)를 골라낸 숫자다.

대구시 교육청은 급식아동 수를 확대하라는 정부 요청에 2만6천 명에 달하는 '결식 우려 아동' 명단을 작성, 지난해 시 복지당국에 넘겼다. 시는 이 중 겨울방학 직전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생계가 곤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1만5천여 명을 제외했다.

대구시 교육청 측은 "가정의 경제 사정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밥을 굶을 우려가 있는 아동 모두를 포함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한 구청 사회복지 담당은 "기초수급·차상위계층 자녀 외에 부모의 맞벌이로 식사가 곤란하다거나 단순히 급식비가 밀린 아이들까지 포함시켜 놓았다"며 "불과 방학을 한 달 앞두고 시행한 졸속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숫자만 늘면 뭐하나?

대구시의 '아동급식 확대 세부추진계획'에 따르면 지난 겨울방학 동안 1만1천여 명의 아이들이 복지관, 공부방, 종교·사회단체가 운영하는 민간급식소나 밥·반찬 배달, 지정 식당 식품권 이용을 통해 끼니를 해결한 것으로 '서류상' 남아있다.그러나 속 사정은 다르다.

각 기초 지자체는 결식아동 지원에 참가할 일반음식점과 무료급식소를 구하느라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한 동사무소 직원은 "급식소가 턱없이 모자라 주·부식 배달 일을 여러 민간 봉사단체에 억지로 떠맡기다시피 해야 했다"며 "이런 방법이라면 올 여름방학에도 결식대란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결식아동 돕기를 희망하는 동네 음식점은 참여율이 저조하며 부실 도시락 파문 이후 도시락 배달도 어렵게 됐다. 그나마 음식이 쉽게 상하는 여름방학에는 도시락 배달은 더 힘들다. 한 구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밥 얻어먹는 아이'로 놀림을 당할까봐 기껏 마련한 음식점에 가지도 않는 아이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지역 유지를 참여시켜 급식 식당을 개발하라', '이장·통장·반장, 지역인사의 자택을 급식장소로 활용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시행방안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고 있다. 현재 대구지역에서 통·반장의 자택이 급식소로 이용되는 사례는 단 한 곳도 없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전재일 교수는 "결식아동을 단계별로 나눠야 한다. 중학교 이상 결식아동은 급식지원을 현금화하고 주·부식 지원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효과적"이라며 "실제로 '굶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내 제대로 지원한다면 일선 복지당국의 인력·예산 낭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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