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뻑적지근한 할리우드식 부부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워낙 만화적이고, 우화적이라 부부갈등 해소용 TV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섹스리스'(섹스하지 않는) 부부인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결혼 '5년 혹은 6년차'(남편은 몇 년째인지도 모른다). 일찍 권태기가 찾아온다. 한때 콜롬비아산 밀주처럼 화끈하던 둘은 이제 눈 마주치기도 어렵다.
아내의 아슬아슬한 옷차림도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한다. 침대에서도 돌아눕기 바쁘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똑같은 생활. 아내는 심리상담사에게 묻는다. "이게 도대체 뭐예요?". 상담사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결혼!".
부부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다는 권태기. 페로몬의 약발이 떨어지고, 섹스의 당도도 떨어지고, 신뢰도 떨어지고... . 그래서 "내가 미쳤지!"라는 하소연을 입에 달고 다니는 '회한의 결혼 고난기'. 스미스 부부도 예외는 아니다.
맞벌이인 이 부부는 서로 속이는 것이 있다. 서로의 직업이다. 외관상 아내는 컴퓨터 전문가이고, 남편은 건축업자이다. 그러나 진짜 직업은 다르다. 둘은 프로페셔널 킬러이다. 똑같이 출근해서는 사람 죽이는 일을 하고 집에 온다.
어느 날 양대 조직은 자신들의 최고 일꾼이 서로 부부인 것을 알게 된다.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부부관계를 끊으려고 음모를 꾸민다.
그제야 서로가 킬러인 것을 안 스미스 부부. 서로 속은 것이 억울하고 분해서 죽이려고 달려든다. 정말 이제는 신뢰할 수 없는 결혼의 공범자들이 죽이고 싶은 감정을 시원하게 드러낸다. 아내는 오븐기기 속에 숨겨둔 최신식 무기로 무장하고, 남편은 작업실 공구통에서 총을 꺼낸다.
부부싸움은 정말 처절하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펼쳐진 어느 부부의 피 터지는 싸움을 구경한 적이 있다. 프로레슬러 이노끼와 김일의 혈투를 본 적도 있지만, 이 부부의 싸움은 그때까지 본 가장 처절한 싸움이었다.
얼마나 서로를 증오하고, 저주했으면 그렇게 싸울 수가 있을까. 그것도 부부의 이름으로.
스미스 부부의 싸움도 목숨을 건다. 그러나 '뻥'만 셀 뿐 그리 처절하지가 않다. 그것은 부부가 여전히 섹스어필하기 때문이다.
미스터 스미스, 브래드 피트. 미세스 스미스 안젤리나 졸리. 세기의 섹스어필 배우들이다. 영화 속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훨씬 섹시하다. 두툼한 입술에 깊은 눈빛, 큰 가슴에 쭉 빠진 몸매. 브래드 피트도 마찬가지다.
실제 연인사이로 발전한 때문인지, 영화 속에서 둘의 에로틱 장면은 훨씬 격정적이다. 몸을 더듬고, 키스하고, 몸을 포개는 것도 사뭇 자연스럽다.
그런 둘에게 '섹스리스'의 설정은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만화적인 상상력일 뿐이다. 겉으로는 죽일 듯 연기해도 사랑에 빠진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어쩌면 섹스는 부부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섹스에는 서로의 사랑이 샐러드의 드레싱처럼 듬뿍 뿌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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