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여성으로 살기

작년 사법'행정'외무고시 수석 합격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행시'기술직(구 기술고시)'변리사'공인회계사'감정평가사'세무사 등 주요 8개 국가자격시험의 수석도 여성이 싹쓸이했다. 특히 사시 여성 합격자 수는 지난 94년 31명(10.7%)에서 2004년엔 246명(24.3%)으로 10년새 2배 이상 늘었다. 여성 국회의원은 1992년 1.0%에서 작년엔 13.0%로 늘었다. 교직은 이미 '여인천하'고, 금녀(禁女)구역이었던 군인'경찰직 진출 여성도 해가 다르게 늘고 있다.

◇ 사회 각 분야에서 '최초의 여성~ ' 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주부의 가사노동가치를 재평가하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주택 등 중요 재산을 처분할 땐 반드시 배우자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혼시 재산분할 5대 5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도 나왔다. 바야흐로 남녀평등시대, 아니 여풍당당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위기의식(?)을 느낄 남성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 그런데 통계청이 30일 펴낸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현실은 여전히 여성에게 녹록지 않다. 고위직과 전문직 여성들의 증가세에도 불구, 아직도 대다수 여성들은 일터와 가정에서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며, 갈수록 무거워지는 육아부담 등으로 힘겨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의 72.4%가 '성차별이 있다'고 답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여성들의 4년제 대학 진학비율이 2003년 56.1%나 될 정도로 고학력화되고 있지만 전문직과 관리직 비율은 남성(23.1%)보다 크게 낮고(16.9%), 임금은 남성의 평균 56%에 불과하다. 취업의 걸림돌로 41.4%가 육아부담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1998년(31.4%)과 비교해 갈수록 육아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사부담을 꼽은 경우도 9.2%나 되지만 맞벌이'비(非)맞벌이 가정을 막론하고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32분, 31분에 그친다.

◇ 이에 따라 결혼과 자녀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20대의 42%, 15~19세 소녀들의 46.4%가 결혼 안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혼 또는 별거를 제의하는 비율은 여성이 66.7%로 남성(30.6%)의 2배를 넘는다.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여성을 '하늘의 절반'으로 표현했는데 한국 여성은 어느 정도일까. 하늘의 반의 반, 아니 반의 반의 반...?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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