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품을 실은 트럭이 공장으로 들어온다. 트럭 운전자는 내리면서 바로 헬멧을 꺼내 쓴다. 사무실에 납품표(정확히는 '간판'이다)를 제시하고 손에 쥔 것은 지게차 열쇠. 트럭 운전자의 임무는 싣고 온 부품을 지게차로 생산라인 바로 앞에까지 정확하게 배달해야 끝난다.
#2. 조립라인 머리 위에 붙어 있는 공정관리판. 어제 라인정지시간이 6.8분이었는데 오늘 목표는 5.0분이라는 표시가 선명하다. 불량품이어서 폐기한 제품은 지난달 5개인데 이달 목표는 0개. 이 관리판 밑에서 작업자는 오로지 일만 한다. 2시간 작업에 휴식시간 10분. 그 시간에도 멀리 가지 않는다. 라인 옆 테이블에서 물 한 잔 마시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8분쯤 지나자 모두 자기가 일하는 기계로 돌아가 붙어섰다.
지난주 일본으로 날아가 도요타 자동차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다. 6시그마와 함께 경영혁신 프로그램으로 세계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TPS(Toyota Production System)를 시늉으로나마 배워보자는 요량에서였다.
도요타, 혹은 도요타생산방식이라고 풀이되는 TPS는 왜 유명한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렉서스'라는 고급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서? 몇십 년째 세계 최고를 구가해온 벤츠, BMW를 제치고 단 수년 만에 세계 최고급 자동차시장을 평정 중이라서?
그게 아니면 '마른 수건조차 지혜로 짜내면 물이 나온다'는 식의 개선노력, 모든 공정을 초 단위로 따지는 접근방식이 너무나 철저하고 지독해서? 무얼 배우려고 한 해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세계에서 몰려드는 것일까?
도요타가 유명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구조 때문이다.
증거 1.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는 미국 GM이다. 900만 대를 생산했다. 2등은 740만 대를 생산한 도요타. GM의 지난해 순익은 28억 달러였다. 도요타는? GM의 4배 가까운 110억 달러였다. 매출은 적은데도 순익은 도리어 몇 배 많은 것이다.
증거 2. 일본은 1991년부터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도요타는 줄곧 이익을 냈다. 그것도 갈수록 더 많이 냈다. 2001년 1조 엔을 넘겼고 2003년에는 1조6천600억 엔 경상이익을 냈다. 불황 탓에 전체 매출이 감소할 때에도 이익은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이익 기준 24년 연속 1위다.
이처럼 엄청난 실적은 어떻게 가능할까?
2만7천600. 도요타에서 일과 관련한 계산을 할 때 쓰는 숫자다. 이 숫자는 이런 계산식에서 나온다. 점심시간을 뺀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 480분. 10분씩 오전'오후 두 번 휴식시간 20분을 빼면 460분. 1분은 60초이므로 60을 곱하면 2만7천600이라는 것이다.
도요타에선 하루 2만7천600초를 일한다. 근무시간이 '하루'나 '8시간'이 아니고 '2만7천600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하는 속도는 100m 달리기다. 42.195km를 100m 달리기 속도로 달린다면 세계 톱 마라토너이다. 도요타 직원들은 죄다 그 수준에 올라 있었다.
도요타 2차 벤더 스자끼공업사를 가봤다. 종업원 39명, 영세기업이다. 공장 안이 한낮의 아스팔트 위처럼 후끈후끈할 정도로 모든 게 열악했다. 그래도 생산품목은 600개나 됐고, 무엇보다 흑자를 내고 있었다.
그 힘은? 이 회사 사장은 ㄱ자로 된 작업대 오른쪽에 두었던 부품박스를 왼쪽으로 옮겨 0.5초를 절감했다고 자랑했다. 재해를 막기 위해 두꺼운 장갑을 끼는데 아주 작은 부품을 집기 힘들자 작업대 모서리에 자석을 부착한 뒤 부품을 붙여서 쉽게 집도록 했다고도 말했다. 이런 개선사례가 부지기수다.
결국 도요타의 경쟁력은 지겹도록 지독한 개선노력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눌러왔고, 글로벌 No.1이 됐다는 것이다.
짧은 연수기간이었지만 단 한 푼을 아끼고 단 1초를 절감하면서 끝까지 제조현장을 지키고 있는 치열한 몸짓들을 보니, 한여름인데도 오싹한 전율이 스쳤다.
이상훈 경제부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