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을 슬기롭게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특효약은 성취감이다. 자신감의 바탕이 되는 성취감은 계획한 학습량을 반드시 실천함으로써 얻게 된다. 방학을 시작하면서 너무 욕심을 내어 무리하게 계획을 세운 수험생들이 많았다. 무리한 계획은 자신감을 잃게 하여 결국은 자포자기의 절망감에 빠지게 한다.
1학기를 지나오면서 모의고사 성적 때문에 자신감을 잃은 수험생이 많다. 모의고사는 자신의 학업성취도와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연습으로 치는 시험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실제 수능시험에서 모의고사 성적보다 원점수 기준으로 20~30점 높게 나오는 학생이 매년 한 반에 30% 정도 나온다. 일정량의 물을 10분 가열해야 끓는다면 9분59초가 되어도 끓지 않는다. 10분이 다 차야 끓게 된다. 성적 변화도 단계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학습량이 쌓이면 어느 순간 물이 끓듯이 자신도 모르게 비약의 순간이 오게 된다. 이런 변화에 대한 확신은 현재의 어려움을 기꺼이 견디게 해준다.
학교 시험이든 수능이든 모든 문제는 교과서에서 출발한다. 교과서는 학습목표와 방향을 제시해 주며, 기본 개념과 원리를 가장 자세하게 설명하는 학습의 기본 지침서이다. 교과서를 무시하고 문제집 풀이에만 열중하는 수험생은 결코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기초가 약한 수험생은 말할 것도 없고 상위권 수험생일수록 교과서에 충실해야 한다. 방학은 자신의 취약 과목을 다소 여유 있게 집중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현행 수능시험은 암기한 지식을 단순하게 묻기보다는 통합적 사고, 창의력, 상상력, 응용력 등을 중시한다.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예습 위주의 학습이다. 많은 학생들이 예습이란 다음 배울 내용을 미리 다 알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철학자 메를로 퐁티의 sense라는 단어 풀이를 학습에 적용하여 예습의 중요성을 설명해 보자. 영어 단어 sense는 「감각」, 「의미」,「방향」이란 뜻을 갖고 있다. 예습은 내일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보며 「감각적」으로 느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와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를 느끼게 된다. 예습이란 배우지 않은 내용을 다 알도록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 과정이다. 그런 다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발표와 질문을 통하여 교과 내용의「의미」를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나서 그 다음 배울 내용과 심화 학습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예습은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미리 고민해 본 문제, 몰라서 충격을 받아 본 문제는 오래 기억하게 된다. 예습의 습관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수험생들은 내일 배울 내용을 과목당 5분씩만 읽고 수업에 참여해 보자. 개념 이해와 원리 위주의 학습을 위해서는 예습이 전제되어야 한다. 복습 위주의 학습은 주입식 수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과거 학력고사 시절에나 적용되던 학습방법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고 맹목적으로 암기하려 할 때, 학습 의욕이 떨어지고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된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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