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방학 교육계의 화두는 단연 논술이다. 정책 입안에 관계된 이들이나 학교 쪽이야 찬반 논란 정도에 관심이 있겠지만 학부모들은 벌써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양 분주하다. 권장도서 목록을 구하고, 좋다는 독서'논술 프로그램 정보를 찾아다니고, 학원을 기웃거린다. 느닷없이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으로 향하거나 도서관, 학교 등에서 진행하는 관련 강좌에 떠밀기도 한다. 논술이 학교 정규 교과목이 되고, 대학입시 반영 비중이 커지면 무엇이든, 돈이 얼마가 들든 주저하지 않겠다는 자세들이다.
역시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 학부모들답게 반응이 빠르고 적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건 아니라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다. 기러기 아빠다 해외 유학 러시다 아무리 별나게 굴어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우리 학부모들의 방향타가 확실히 잘못 잡혔다.
단계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논술에서 평가하는 핵심은 사고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고력은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종합하고 핵심을 꿰뚫어 내느냐를 말한다. 논술에서 또 다르게 중시하는 문제 해결 능력 역시 출발점은 같다. 그 바탕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느냐다. 경험은 다시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으로 나누어진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직접 경험이 양적'질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점은 간접 경험에 맞춰진다.
간접 경험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려서부터 꾸준히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이다. 지방의 학생들은 수도권에 비해 취약한 문화'예술체험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갖는 일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찾고, 잘 나가는 학원에 보내려 든다면 백발백중 실패한다.
영어나 수학 같은 교과는 일정한 과정을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 과정을 가장 잘 짜놓은 곳이 학교고, 이를 뒷받침하는 곳이 학원이다. 교과서와 몇 권의 참고서, 문제집 등을 따라 가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실력은 쌓을 수 있다. 하지만 논술은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일정한 과정도, 적절한 교재도 없다. 사고력은 적당히 따라간다고 길러지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어찌 할 것인가. 자녀의 논술 교육이 걱정된다면 먼저 대학 입시 기출문제부터 한 번 살펴보자. 대개의 학부모라면 제시문 읽기조차 힘들어할지 모른다. 열에 아홉은 골치 아픈 얘기네 하며 고개를 돌릴 것이다. 억지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논술 교육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대학이 진짜로 어떤 것을 평가하는지 알고 시작하라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학원에 보내고, 뛰어난 강사에게 보낸다고 해도 일주일에 몇 시간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커녕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조차 길러주지 못한다. 틀에 박힌 사고, 정형화된 답안 외에 기대할 건 없다.
더욱 억지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간접 경험을 통해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스승은 부모다. 함께 책을 읽고 연극을 보고 신문을 읽고 TV를 보면서, 세상을 이야기해주고 사람살이의 방법에 대해 들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부모만한 이는 없다. 점잖은 걸 가르치고, 무뚝뚝한 걸 미덕으로 아는 경상도 학부모들은 생각부터 바꿔야 할 일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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