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 드라마'가 탈 아시아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를 점령한 한국 드라마가 최근 중동을 거쳐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 미국 등 지구촌 곳곳으로 세를 넓히고 있는 것. '겨울연가'로 재점화된 최근의 한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만, 베트남, 중국 등 주변국을 중심으로 불었던 한류 열풍에 비해 그 폭이 훨씬 넓고 깊다.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내년 9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국내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90여 개국에서 동시에 전파를 탈 계획이다. '태왕사신기'는 한국 고대사를 배경으로 광개토대왕과 그를 둘러싼 사신(四神)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드라마.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기상을 드러내는 내용을 담게 된다. '욘사마' 배용준이 주인공인 광개토대왕 역을 비롯하여 해모수와 주몽 등 1인 3역을 소화한다. 배우 정진영은 사신의 우두머리인 현고 역으로 캐스팅됐고 최민수가 광개토대왕의 라이벌인 연호개의 아버지 연가려 역으로 우정출연할 예정. 순수 제작비만 300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김종학 PD는 "세계적인 메이저 배급사 2곳과 세계 배급을 놓고 최종 협의 중"이라며 "어느 곳으로 결정이 나든 90~100개국에 동시에 배급을 하며 첫 방송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도 한국드라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겨울연가'를 방영했던 이집트 국영 ERTU의 채널-2는 아랍권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새로운 한국 드라마를 수입할 예정이다. 채널-2는 프로그램 선정이 끝나면 아랍어 더빙 작업을 거쳐 10월 초부터 한달간 이어지는 라마단(이슬람 단식월) 후에 방영을 시작할 계획. 지난해 8월 '가을동화'로 인기를 모았던 ERTU의 채널-2는 올해 1월부터 KBS 드라마 '겨울연가'를 방영해 아랍권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ERTU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최대 TV 방송국이며, 채널-2는 지상파와 위성방송을 통해 중동 전역을 가시청권에 두고 있다. MBC 드라마 '불새'는 최근 아프리카 가나에 판매되기도 했다.
멕시코를 중심으로 중남미에서 불고 있는 한국 TV 프로그램 열풍도 심상찮다. KBS 다큐멘터리 '사랑'이 멕시코 ONCE TV에서, MBC가 제작한 '야생의 초원 세링게티'와 SBS가 제작한 '생명의 기적'은 멕시코 공영방송인 채널 22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또 최대 민영방송인 텔레비사와 TV 아스테카는 KBS 'TV 동화 행복한 세상'과 SBS의 '환경의 역습',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구매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아리랑 국제방송은 지난 3월부터 멕시코 텔레비사의 케이블 채널 '카블레 비시온'을 통해 스페인어 자막처리를 한 한국 드라마와 각종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아울러 아리랑 TV는 멕시코 3대 다지역케이블방송사업자(MSO)인 TV카블레마스, 텔레시스테마스와 멕시코시티 6만여 가구에 케이블을 통해 한국 프로그램을 24시간 공급할 수 있는 채널 재전송 계약을 맺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는 2002년 10월부터 여러 지방 공영TV를 통해 '이브의 모든 것', '별은 내가슴에'가 방송되면서 한류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장동건·안재욱 팬클럽'이 출범한 이후 팬클럽 수는 현재 5, 6개로 늘었고 회원수도 70세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2천여 명에 달한다.
한국 드라마가 소개된 적이 없는 인도와 미국에서도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인도의 국영방송 DDI는 지난 6월 'TV코리아 쇼 케이스 2005'에서 '겨울연가'와 '해신'의 시사용 테이프를 요청했고 현지 방송 콘텐츠 에이전시들도 드라마 리메이크 판권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10월에는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영화와 드라마를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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