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盜聽 내용 수사, 검찰 法治 지켜야

도청(盜聽)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검찰이 진상 조사는 할 수 있으나 그 내용을 공개하거나 수사하는 건 불가(不可)하다는 입장에서 '수사 가능'쪽의 의견을 수사팀 일각에서 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검찰내부의 대세는 수사 불가 쪽이지만 이런 논란이 검찰 내부에서 일고 있다는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통신비밀법'상 도청 자료를 이용한 수사는 물론 징계 사유로도 활용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이걸 검찰 일각에서 도청 테이프를 적법한 절차(압수 수색 등)에 의해 입수했고 간접적인 수사 단서로 삼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의 예외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만약 검찰이 정치권의 움직임이나 여론의 추이를 수사의 당위성으로 삼으려 한다면 이는 검찰 스스로 법치(法治)를 무너뜨리는 자기모순이다. 물론 도청의 내용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운 '내용 공개와 처벌'의 여론이 높다는 건 우리도 익히 알고 있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도 헌법적 질서나 적법 절차에 따라야지 이걸 검찰이 어기겠다는 건 '국가 공권력 남용'이라는 더 큰 화를 자초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권의 특별법 제정이나 특검법안 모두 결국 위헌(違憲) 소지를 안고 있다는 걸 검찰이 모를 리 없잖은가. 검찰 수사는 궁극적으로 기소가 전제돼야 하는데 과연 유죄로 이끌어 낼 자신이 있는가. 당사자들의 위헌 소송은 불 보듯 한 상황이다. 만약 검찰이 유죄 판결을 못 받아 내면 민'형사상의 책임까지 져야 하는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휘말려들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은 어정쩡하게 정치권이나 여론만 살필 게 아니라 법 논리에 입각, 분명한 입장을 밝혀 이 혼란을 잠재워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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