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영천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영천의 시세(市勢)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지만 '영천 사람'들의 자존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줄 모른다. 포은 정몽주, 생육신 이맹전 등 '충의' 인사들이 많이 배출된 고향이라는 자부심 때문일까. 어쨌든 서울에서 영천 동향끼리는 타시·군출신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뭉친다. 이렇게 모임 만들기를 좋아하는 영천 사람들의 중심에는 걸출한 출향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정계에는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54)이 있다. 경기 부천 소사에서 지난 15대부터 내리 세번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 의원은 경주 김씨 집성촌이 있는 임고면에서는 자랑이 되고 있다. 지난 71년 서울대 교련반대 시위로 제적돼 고향에 1년간 내려가 있을때는 "아까운 사람이 결국 빛을 못보게 됐다"며 고향 사람들 걱정이 태산같았단다. 영천초등학교를 나온 후 경북중·고를 거쳐 서울대에 들어갔으나 제적후 곧바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지난 80년대에는 대표적 노동투사로 이름을 날렸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56)도 영천이 고향이다. 대구여고, 영남대를 나온 전 의원은 여성 최초라는 닉네임을 달고 다녔다. 지난 73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경기 광명의 관선시장, 민선시장 할 것없이 모두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였다. 16대 국회때 전국구로 입성해 광명 보궐선거에 당선된 뒤 2선째 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52)은 경제학 박사로 포스코경영연구소, 대우경제연구소 등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지난 4.30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됐다. 당선과 동시에 국회 건설교통위로 배정돼 지역 공약사업을 실천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56)은 영천 출신이면서도 중학교는 포항,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나왔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정병인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54)도 영천사람이다.
경제계에는 막강 인사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61)을 들 수 있다. 지난 66년 서울대를 졸업하자마자 삼성그룹에 입사해 30여년만인 지난 97년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당시 IMF를 맞아 삼성전자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혁신 경영으로 삼성전자를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일부에서는 경북도지사 추대설도 나오고 있다. 김경림 전 외환은행장(63)은 지난 2002년 외환은행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은퇴해 지금은 법무법인 '지성'의 고문으로 있다. 한국은행에 입행해 뉴욕사무소 조사역, 금융개선국, 여신관리국, 감독기획국 국장 등을 지냈고 은행감독원 부원장보, 부산은행장을 역임했다.
조강호 전 삼호물산 회장(72)은 지난 76년 삼호물산을 설립해 수산업, 어묵 등 농산물 가공업으로 주가를 날렸다. 원양협회 부회장, 농수산물유통가공협회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 삼호물산은 미 LPGA 골퍼인 박지은 선수 부친이 대주주로 있다.
김순도 서울 로얄호텔 사장(65)은 국내 최초의 민간 호텔을 개관한 장본인이다. 로얄호텔은 서울 명동성당앞의 특급호텔로 서울시로부터 최우수 관광호텔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호정 송학식품 사장(59)은 국수 하나로 식품업계를 평정한 인물이다. 뻥튀기 장사로 출발해 전국 최대 국수공장을 세운 '국수왕'으로 통한다. 2002년부터 북한에 국수기계와 재료를 보내 북한 식량난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성호용 전 해동제약 회장, 박종식 경성섬유 회장, 박상길 전 서광산업 회장, 김창락 전 동아생명 사장, 조규 외교양행 회장, 손병준 내외석재 사장, 안재문 대륙전선 사장, 박순준 대덕통상 사장, 정동출 동산섬유 사장, 김재일 영성상사 사장 등이 있다.
관계에는 서동권 전 안기부장(73)이 있다. 서 전 부장은 5공때 검찰총장, 6공때 안기부장을 지냈다. 현재는 동서법률문화연구소 대표 변호사를 활동하고 있다. 권태신 재경부차관(56)은 경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19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무부 국민저축과장, 재무부 경제협력과장, 재경원 예산제도과장, 증권제도담당관,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등 요직을 섭렵했고 주 영국 재경관을 거쳐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을 역임하는 등 대표적인 국제금융통 행정관료이다. 작년 6월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발탁돼 재직해오다 최근 재경부로 자리를 옮겼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53)은 영천출신 경찰인맥중 선두주자였다. 작년 12월 경찰청장직을 전격 사임해 정치권과의 불화설 등이 나돌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 경찰의 신경망을 총괄하는 경찰청 정보심의관을 맡았고, 99년에는 요직으로 손꼽히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병진 경찰청 보안국장(57)은 경북고와 영남대를 나와 대구지방경찰청장을 역임했다. 권순대 전 인도대사(63)는 외무부에서 옷을 벗은 후 지난 4.30 재선거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밖에 성환옥 전 감사원 사무총장, 성희웅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김진호 전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등이 이곳 출신이다.
교육계 인사로는 박홍 전 서강대 총장(64)이 있다. 박 전 총장은 지난 70년대 가톨릭 지도신부를 하다 서강대에서 강사와 교수를 거쳐 총장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서강대 명예총장, 이사장, 수도자대학원 교수를 맡고 있다. 김한주 전 경기대 총장(74)은 경남대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경기대로 자리를 옮겨 총장을 지냈다.
문화계 인사로는 이병복 극단 '자유' 대표(78)가 아직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중이고 국악인 임윤수, 가수 설운도, 탤런트 권은아, 개그맨 김재동 등이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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