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비슬산 사효굴 전설

너희들, 저기 저 산이 무슨 산인지 아니? 바로 비슬산이야. 비슬산 음리마을 굿밭골 계곡에 가면 사효굴(四孝窟)이라는 동굴이 있어. '네 효자 굴'이라는 뜻이야. 우리 한번 가볼까?

옛날, 임진왜란 때의 일이야. 이곳으로 왜군들이 쳐들어왔지. 왜군들은 무지막지해서 가는 곳마다 집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곤 했어. 그 때에도 이 골짜기는 매우 깊어서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왔다고 해. 그 중에 한 할아버지네 일가도 끼어있었어.

할아버지의 아들 4형제는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골짜기 속의 동굴에 숨었지.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심한 기침병에 걸려 있어서 잠시도 참지 못하였대. 이 할아버지는 굴속에서도 연신 기침을 하였지.

-쿨룩 쿨룩!

이윽고 왜군들이 굴 앞에서 외쳤대.

"누구냐? 안에 사람이 있구나. 빨리 나오너라."

그 서슬에 굴속은 잠시 조용해졌어. 그러나 끝내 참지 못한 할아버지가 또 기침을 하고 말았지.

"빨리 나오지 않으면 불을 질러 모두 죽이겠다."

왜군은 금방이라도 불을 지를 태세였어.

그러자 맨 큰아들이 아버지와 동생들을 살리려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지.

"자, 내가 나왔으니 모두 물러들 가시오. 이 굴속에는……. "

"에잇!"

왜군들은 큰아들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칼부터 휘둘러댔어. 큰아들은 그만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지. 그런데 잠시 뒤 그 할아버지는 또 쿨룩거리고 말았어. 너무나 심한 기침병이어서 어쩔 수가 없었던 거야.

이번에는 둘째아들이 밖으로 나왔어. 둘째아들도 왜군들의 칼에 쓰러지고 말았지.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또 기침을 하고 말았어. 입을 막고 있어도 자구만 터져 나왔지.

"누구냐? 아직도 사람이 있구나. 빨리 나와!"

왜군이 굴속으로 창을 들이밀며 외쳐댔어.

이번에는 셋째아들이 밖으로 나왔어.

"저, 연세 많으신……. 으악!"

셋째아들도 밖으로 나오자말자 왜군들의 칼에 쓰러지고 말았어. 그런데도 할아버지의 기침은 그치지 않아 마침내 막내인 넷째까지 밖으로 나와 쓰러지고 말았대.

이윽고 이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오자 기침소리는 더 들려나오지 않았지. 하지만 할아버지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네 아들을 보고는 대성통곡하였지.

"이 늙은이를 지키려고 애쓴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 천벌을 받을 놈들아!"

할아버지로부터 야단을 맞은 왜군들은 비로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지. 부끄러움을 느낀 왜군들은 이곳에다 '어디에서든 효자는 해치지 말라'라고 써 붙이고는 물러갔지. 그 덕분에 이 골짜기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는 구나.

저기 그 동굴이 보이는구나. 자, 우리 이런 곳에서는 몸가짐을 더욱 단정히 하자꾸나.

심후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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