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34달러대이던 유가가 57달러를 넘어섰다. 엄청난 속도로 유가는 높아지고 있고 쉬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이 정도의 유가상승이라면 정부에서 강력한 비상대책이 나올 법도 한데, 성장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듯하다. 성장이 지상과제인 사회에서 성장에 브레이크를 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어려울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석유에너지에 의존한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한국은 원유수입량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고, 에너지의 97%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세계 최고이고, 증가율이 좀처럼 낮아지고 있지 않다. 석유가 땅만 파면 펑펑 쏟아진다면야 좋겠지만, 문제는 석유에너지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는 데 있다. 대체로 30, 40년 뒤면 석유에너지가 고갈될 것이라는 예상이고, 석유에너지 사용으로 생긴 이산화탄소 등 대기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가속화 되어가기에 기후변화협약 등을 통해 사용을 자제하는 협약을 맺어가고 있다.
그동안 석유에너지에 의존해 급성장 해온 우리나라 경제에 석유에너지의 위기는 그야말로 어려운 난제임에는 분명하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따라 희망을 꿈꿀 것인가 아니면 더욱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릴 것인가가 달려 있다. 일례로 1997년 IMF위기 당시 우리의 대처법에 대해 다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 기꺼이'금'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다. 이 힘이 위기를 이겨내는 엄청난 에너지원이었는데, 이 힘을 잘 쓰지 못했다.
정부의 해법은 국내기업을 헐값에 외국에 팔아 외국자본을 유입시켜 IMF위기를 탈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활성화해 내수소비 활성화를 통해 IMF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이제 IMF에서 벗어났다고 하나 국민이 그렇게 고생한 보람은 어디에 있는가?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사람들의 가치관은 이제"돈 많이 버세요"가 되어 버렸다. 마술 같은 신용카드에 도취돼 4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신용불량자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는 IMF를 극복했다고 한다.
문제는 외국자본이 이탈해 생긴 IMF 위기를 또다시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였고, 과소비를 부추겨 경제를 활성화하였다는 데 있다. 지구촌 시대에 외국자본유치는 나라의 발전이라는 논리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근본적으로는 엄청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빚이 많은 이가, 더 많은 빚을 내 흥청망청 쓰면서 이자 갚고 사는 꼴이다.
에너지의 근본문제는 우리가 쓰는 에너지가 우리 내에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자명하다. 최우선은 에너지 절약이다. 그런 면에서 녹색소비운동은 너무나 중요하다. 최대한 적게 쓰고, 아껴쓰고, 다시 쓰면 될 일이다. 또한 모든 상품을 생산하는 데는 에너지가 들어가고 유통과 소비, 폐기단계에서도 에너지가 투입된다. 이 모든 과정을 꼼꼼히 살펴 에너지가 적게 들어간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두번째는 에너지 자립운동을 시작하는 일이다. 즉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동안 워낙 싸게 공급되었기에, 석유를 물처럼 쓴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서라도, 경제를 성장시키면 좋은 것이기에, 정부는 어떻게든 싼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해 왔다. 안타까운 것은 눈 앞의 이익만 쫓아 태양광'풍력 등 지속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너무나 미흡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겠지만, 누가 이 문제를 감당할 것인가?
또다시 '시민'에게 희망을 품어본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태양광시민발전소를 만들고, 스스로 에너지를 자립하는 운동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또한 267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에너지시민연대에서 매년 8월 22일을 '에너지의 날'로 제정하고, 오후 8시20분 모든 가구가 동시에 소등을 해 보자는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이 소등행사가 당장 에너지 절감의 효과보다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에너지의 중요성과 새로운 에너지 사회로의 희망을 나누어 보자는 것이다. IMF위기 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한 것처럼, 에너지절약 행사에 함께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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