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LO 총회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노동부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두 노동 단체가 대회 불참을 내걸고 총회 개최지 변경을 요구한 때문이다. 노동기구 가입 이후 10여년 만에 노'사'정이 힘을 합쳐 유치한 ILO 총회가 집안 싸움으로 물 건너가고 있다.

게다가 정부와 노동계가 서로 제네바 본부와 방콕 아태사무국에 대표를 파견, '개최와 연기' 로비를 펼치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이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 채 "한국 스스로 내부 문제를 해결하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야 할 노'정이 집안 싸움을 나라 밖으로까지 가져가 국가적 망신을 부르고 있다.

국제 행사를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거부하는 일은 국제적 관행에 크게 어긋난다. 당연히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다. 노동자의 권익을 논의하는 대회를 노동계 스스로 거부하는 모양새도 아무런 명분이 없다. 총회 개최에 대비, 객실을 몽땅 비워 두는 등으로 손님맞이 준비를 하던 부산 지역 관광업계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우리 노사 관계의 투쟁적 분위기가 백일하에 드러남에 따른 국제 사회에서의 경제적 악영향도 적지 않을 터다.

부산 총회가 연기된다면 1910년 ILO 출범 이후 최초의 일이 된다. 당연히 우리 노동계와 노동 당국의 입지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총회 불참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미 개최가 결정된 총회를 국내 문제로 연기하는 것은 국가 이익은 물론 국내 노동 운동을 생각할 때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노동계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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