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금강산에서 맞은 광복절

'우리의 소원은 통일…통일이여 오라~' '단군 자손 만세! 조국 통일 만세!'

광복 60주년 연휴를 맞은 북한 금강산 초입의 천년 고찰인 신계사(神溪寺)와 금강산 온정각 휴게소. 이번 연휴 기간 내내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간절한 외침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먼저 대구불교방송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금강산의 명찰 신계사와 금강산호텔에서 가진 '광복 60주년 기념 국토사랑 순례'에 참석한 은해사 주지 법타 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과 불자 및 관광객 등 140여 명이 통일의 노래와 만세구호에 빠져들었다. 또 연휴를 맞아 마침 남측 CBS(기독교방송국)가 온정각 휴게소 내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연 통일기원 음악공연을 지켜 봤던 수백 명의 남측 관람객들 가슴마다에서도 통일의 노래가 넘쳤다.

또 우리 남녀 대학생들이 온정각 휴게소 야외무대에서 가진 통일기원 공연에서도, 남측 청년 불자들이 통일염원을 담아 남북 측 강원도를 넘나들며 펼친 '통일 템플 스테이'(Temple Stay)에서도 통일을 향한 간절함이 배어 나왔다. 금강산에서 잇따라 열린 광복절 행사들을 보느라 분단의 현실을 깜빡 잊었다. 마치 통일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면서.

이처럼 광복 60주년과 휴가철, 그리고 주5일제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연휴까지 겹친 탓에 금강산(금강산 국제 관광특구)과 온정각은 남측 사람들로 넘실거렸고 마치 남한의 도심을 방불케 했다. 올 여름 금강산은 찾은 관광객들은 이들 행사들을 지켜 보며 남다른 광복절을 맞아 통일에 대한 염원이 더 했으리라. 그리고 더디게 진행되는 남북 간 하나 되기 노력들에 적잖은 좌절도 느꼈으리라.

그러나 폐허 속의 천년 고찰인 금강산 신계사의 복원 현장에서는 통일을 향해 움트는 희망의 싹도 목격하였으리라. 신계사는 장안사'유점사'표훈사와 함께 금강산 4대 명찰로 꼽혔던 절.

6'25전쟁으로 소실, 황량하게 폐허로 변한 채 과수원으로 방치돼 오던 국가지정 보물인 신계사 터에 옛 모습을 복원하려는 남북의 노력은 통일을 향한 또 다른 기초를 다지는 몸짓으로 다가왔다. 지난해부터 남측 불교계 노력으로 시작한 복원불사는 많은 불자들의 기왓장 한 장 보시 등에 힘 입어 현재 대웅전 모습은 복원이 마무리돼 이번에 통일기원 법회까지 열렸으니 말이다.

남측의 십시일반 공양으로 또 다른 건물(만세루)에 대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신계사 복원은 오는 2007년까지 계속될 예정. 남측에서는 아예 지난해 조계종단에서 도감(주지)으로 제정 스님을 파견, 불사완공에 정성을 쏟고 있을 정도다.

폐허의 사찰 옛터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복원공사에 나섰다는 법타 스님은 "남북통일에는 동질성 회복이 필요하다지만 불교에는 이미 동질성을 갖고 있고 이번 불사는 조국번영과 통일에 도움될 것"이라며 복원불사에 의미를 두었다. 이미 법타 스님은 지난 97년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성불사 인근에 국수공장을 세워 식량난 해소에 힘을 보태는 등 남북 하나 되기에 앞장선 터이기 이번 광복절 감회가 남달랐으리라.

지난 23일 가수 조용필의 평양 공연으로 노래를 통한 한반도 하나 되기나 신계사 사찰 복원으로 인한 남북 불심(佛心) 잇기처럼 통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는 8월이다.

더구나 이 필요성은 이웃 일본의 행태를 보면 더욱 절실하다. 남북 분단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은 패전 60년을 맞아 군대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소위 평화헌법을 바꿔 군사대국으로 재무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역사왜곡도 그렇고.

마침 지난 19일 개성의 남북농업협력위원회회의에서 농업협력의 틀에 합의, 북한에의 협동농장 조성과 산림녹화 사업추진이 이뤄진다고 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휴전선 넘어 금강산 가는 길 어디를 봐도 텅 빈 것 같고 풍요와는 거리가 먼 듯한 느낌을 주는 북한의 산과 들, 주민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남북 농업협력으로 민둥산에 푸른 나무 뒤덮이고 들녘은 풍요로 넘실거려 끊어진 반도 허리가 다시 이어지는 날을 그려 본다. 관광객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만든 현대의 금강산 영농단 농작물이 북측 주민들 식탁에 함께 오르는 날도.

정인열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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