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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숨은이야기-(5)악기도 명품시대

웰빙 붐을 타고 온갖 종류의 명품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해조 식이섬유 등을 첨가한 10만 원짜리 명품 생수가 등장한 데 이어 최근 금과 천연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1천400만 원짜리 휴대전화까지 출시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

좋은 것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악기를 분신과 같이 여기는 음악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명품 악기를 소유하려는 욕심은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하지만 명품 악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고가의 명품 악기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재력은 기본이고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는 까닭에 행운도 따라야 하며 악기 명성에 걸맞은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 명품으로는 단연 스트라디바리우스·과르네리·과다니니가 꼽힌다. 피아노는 스타인웨이·파찌올리, 플루트는 브란넨 쿠퍼·마라마쓰·미야자와, 오보에는 로레·마리고, 트럼펫·트롬본은 바하 브랜드가 명품에 속한다.

명품 현악기 가격은 정해진 액수가 없다. 한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등의 바이올린은 수십억 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반면 스타인웨이 피아노 1억4천만 원, 파찌올리 1억8천500만 원, 금으로 만든 브란넨 쿠퍼 5천800만 원, 로레 1천300만 원 선으로 같은 명품이라도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이는 명품 현악기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 희소가치가 있으며 수백 년 동안 음색 변화 없이 최상의 소리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기술로도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등의 음색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공연을 한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은 1708년에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와 1725년산 과르네리 바이올린 등의 명기를 대여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26일 대구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이경선 미국 오벌린 음대 교수는 1723년에 만들어진 과르네리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있다.

그러면 지역 예술가들은 어떤 악기를 갖고 있을까. 명품 악기일수록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대구시향 일부 단원들은 수억 원대 현악기와 1천200~1천300만 원 플루트, 400만 원대 바하 트롬본, 트럼펫 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품 악기는 재산 목록 1호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분실, 손상 위험에 대비해 보험을 들고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맞추어 주는 등 세심하게 관리한다. 파가니니가 사용하다 1840년 이탈리아 제노바 시당국에 기증한 과르네리 바이올린은 3천만~4천만 달러의 보험에 들어 있다. 명품 악기는 비싼 만큼 가치를 한다. 그러나 같은 악기라도 연주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기 때문에 진정한 명품은 연주자의 손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사진: 올해 초 한국에 들어온 과다니니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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