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2년 반의 인사 형태가 '청와대-회전문, 내각-물갈이, 장'차관급-늘리기'라면 지나친 비판일까. 이미 이 같은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런 인상이 떨쳐지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는 의자만 빈번하게 바꿔 앉은 경우가 적잖은 반면 각료는 너무 자주 그 의자의 주인들이 바뀌었다. 각종 위원회가 늘면서는 장'차관급 자리가 계속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 세 경우는 어느 쪽이든 '코드 맞추기'가 기본이요, 공통분모라는 느낌이다. '국민의 정부'보다 몸집은 눈에 띄게 커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거뒀느냐는 반대급부로 회의적이다. 가시 돋친 눈에는 '패거리 짓기'나 '끼리 베풀기'로 보일 수밖에 없을는지 모른다.
정권 초기부터 논란을 불렀듯이, 참여정부 요직이 '코드 맞추기 일색'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그런 인사의 반복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아마추어 정부' '약한 정부'라는 쓴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반환점을 돌아선 지금까지 나아지기는커녕 뒷걸음질하는 감도 없지 않다.
청와대 회전문을 가장 많이 돌린 참모는 이병완 비서실장이다. 대통령과 뜻이 맞아 '기획조정비서관→정무기획비서관→홍보수석→홍보문화특보→비서실장'에 이르는 자리바꿈을 해 온 게 아닐까. 문재인 민정수석도 시민사회수석을 거쳐 원래 자리로, 천호선 비서관은 '참여기획→정무기획→의전→국정상황실장→의전비서관'의 길을 걸었다.
청와대에도 예외가 없지는 않다. 김병준 정책실장을 비롯해 권진호 안보보좌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등은 같은 자리를 오래 지켰다. '회전문'파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역시 코드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었을 게다.
열린우리당 출신 정치인들이 절반이나 자리를 차지한 내각의 경우는 청와대 참모들의 인사와는 대조적이다. 걸핏하면 '물갈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윤덕홍'이기준 교육부총리, 김두관 행정자치, 강금실 법무, 이창동 문화, 윤영관 외교 등이 '물갈이'의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앙과 지방을 합한 행정부 인력이 지난해 말 현재만도 91만1천764명이다. 이 숫자는 김대중 정부 출범 직전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장'차관급은 당시 101명에서 126명으로 확대, 7년 반 동안 무려 25명이나 늘어났다. 그렇다면 일꾼을 더 쓴 만큼 일의 성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회전문'물갈이'에도 물론이거니와 '늘리기'에도 사정은 그러하지 못한 형편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그 일이 중요하면서 그만큼 어렵다는 뜻도 들어 있다. 12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바로 이 말을 했으면서도 정작 인사에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다. '문민정부'는 막을 내릴 때까지 각료 수명이 평균 11.6개월밖에 안 되는 기록을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때도 장관은 '파리 목숨'이었다. 5년 동안 무려 90명의 장관이 바뀌었다. '비적격' '무질서' 인사 때문이었고, '지역 편중' '정실' 인사 탓이었다.
'참여정부'의 '만사'는 앞의 정부보다도 정치 기반과 조직이 더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출발했다. 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더 나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좌충우돌' '좌왕우왕'이지 않은가.
일찍이 율곡(栗谷)은 '임현능(任賢能'어질고 능력 있는 인재를 구하라)'이라는 인사 철학을 제시한 바 있다. 지금은 '전문성의 시대'이므로 상식만 가지고 풀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해와 경쟁이 첨예해지고 정확한 판단을 요하는 일들도 그렇다. 하지만 율곡이 말했듯이, 어진 인사의 기용은 더 중요하다. 어진 사람은 도덕성을 갖춘 '착한 사람', 균형감각을 지닌 '지혜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사람의 됨됨이와 전문성의 바탕 위에서 시스템에 의한 관리와 경영이 이뤄질 때 바람직한 길을 가게 된다. 그렇다면, 국가의 관리와 경영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참여정부'는 '코드 맞추기'를 기본과 공통분모로 한 '회전문'물갈이'늘리기'와 '패거리 짓기' '끼리 베풀기'를 지양, 어질고 능력 있는 인재들을 쓰는 '만사'를 받들어야 한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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