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도 교육청 '난치병 어린이돕기'

'사랑의 힘으로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난치병에 걸렸는데도 병원비가 없어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청이 팔을 걷어붙인 지 5년째. 대구'경북 교육청이 벌인 '난치병 어린이 돕기 사업'으로 모두 730여 명의 학생이 지원을 받았다. 총 51억5천800만 원의 성금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쓰인 것이다. 경북 교육청에서 시작된 '난치병 어린이 돕기 사업'은 이제 대구 등 다른 시'도로 번져 전국 곳곳에서 희망과 사랑의 싹을 틔우고 있다.

▲ 돈이 없어 죽어선 안 돼

최모(12'경주 ㅎ초교) 군은 이제 지긋지긋한 백혈병에서 벗어났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가정 형편에 엄청난 수술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손을 놓고 있던 중 도 교육청에서 모두 5천200만 원의 치료비를 지원받아 새 삶을 살고 있다. 최군의 경우에는 골수 이식 마지막 단계에서 유전 요소 중 한가지가 일치하지 않아 건강 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고 다른 단체의 성금조차 기대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10가지 유전 요소 중 8개만 맞아도 골수 이식 성공률이 70%를 넘어선다는 담당 의사의 조언에 부족한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수술은 성공적 이었다.

이렇게 교육계가 난치병 어린이 돕기 사업에 발벗고 나선 것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난치병으로 투병 중이던 한 어린이를 찾은 도승회 경북 교육감이 "돈이 없어 죽어 가는 아들을 살려 달라"는 어머니의 절규를 듣고는 난치병 어린이를 도울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 그 후 도교육청은 2001년 5월부터 '난치병 어린이에게 희망을'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난치병 어린이 돕기 행사를 본격적으로 벌여오고 있다. 이 사업은 현재 다른 시'도에까지 퍼져 곳곳에서 관련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런 노력이 늘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백혈병을 앓던 구미의 한 학생은 지난달 결국 저세상으로 떠났다. 국내에서는 맞는 골수를 구할 수가 없어 올 2월 1천3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대만에서 골수를 가져오기까지 했지만 지난달 갑자기 증세가 악화돼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것. 또 백혈병의 고비를 겨우 넘겼던 엄모(10'대구ㄷ초교) 양은 지난달 다시 증세가 악화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엄마는 이혼 뒤 연락이 두절되고 아빠는 교도소에 복역중이라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던 엄양은 대구시 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단체의 지원을 받아 제대혈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종옥 경북 교육청 학교보건 담당은 "많은 지원을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남은 가족들에게 돈이 없어 생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위안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사업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 번은 학생이 숨을 거둔 다음날 '가슴에 한이 남지 않게 해 줘 고맙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다시 힘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연들이 쌓이면서 지원액 상한선을 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업 초기의 고민은 결국 학생이 완쾌되거나 학교를 떠날 때까지 계속 지원하는 쪽으로 결정났다.

▲ 위대한 사랑의 힘

지금까지 난치병 어린이 돕기 사업을 통해 일궈낸 성과는 엄청나다. 경북에서는 5년 동안 모금된 성금 51억5천여만 원과 교육청 특별회계 10억 원으로 지금까지 493명의 학생에게 47억1천700만 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그 중 71명이 완쾌됐으며 현재는 백혈병'심장병'근이영양증 등의 난치병을 앓고 있는 학생 294명에게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또 2003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대구에서는 지금까지 239명의 학생에게 10억4천여만 원을 지원했다.

이렇게 많은 성금이 모아질 수 있었던 것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관계 기관 등이 모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북 교육청의 경우 사랑의 걷기 운동과 종이학 접기, 사랑의 우유갑 채우기, 난치병을 앓고 있는 친구에게 한끼 급식비를 기부하는 한끼 사랑 나눔 성금 모금 운동을 전개해 기금을 조성했다. 또 '경북교육사랑카드'를 통해 카드 사용액의 일부를 성금으로 조성하는 등 각종 아이디어를 통해 성금 모금에 앞장서고 있다. 사업이 알려지다 보니 기업과 단체, 개인의 성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경북대 병원을 비롯한 전국 43개 병원들은 병원비 혜택으로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시 교육청의 담당 직원 홍종호씨는 "난치병 어린이 돕기는 단순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회성 모금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생명 사랑을 키우는 소중한 운동"이라며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더 많은 학생들을 도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