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구호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뉴올리언스 등지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는 등 카트리나 대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다.
마이크 리빗 미국 보건장관은 4일(이하 현지시간)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카트리나와 그 여파로 인한 사망자 수가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고 확인했고, 현지 주요 언론들은 카트리나 희생자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시시피 재해당국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152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혔으며,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는 59구의 사체가 수습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유일 전국지인 USA 투데이는 뉴올리언스 르포를 통해 "이재민들이 빠져 나간도시 곳곳에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다"면서 "물이 빠져나간 주택 다락방과 구겨진 휠체어, 아직도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 고속도로 주변에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참담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이날 카트리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6일 일몰 때까지 백악관을 비롯한 모든 관공서와 해외공관, 군부대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인들에게 적십자사의 피해복구 지원을 도와줄 것을 촉구하면서 자원봉사와 헌혈을 하고 성금도 내줄 것을 호소했다.
◇ 미 당국 '카트리나 희생자 수천 명' 첫 공식 확인=리빗 장관은 일요일인 이날 CNN에 출연, "지금 우리는 어렵고 비극적인 환경에 처해 있다"면서 "이번 재해로 인한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순 없지만 수 천명 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카트리나 희생자 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왔으며, 미 연방 관리가 이 정도 규모의 사망자 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뉴올리언스 인구가 50만 명이고 카트리나가 강타하기 전에 빠져나간 시민, 대피시설에서 탈출한 이재민 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수천 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크레이그 밴더웨건 해군소장도 인터뷰에서 "세인트 개브리얼 프리즌에 있는 한시체공시장에만 1천~2천명의 시신이 수습돼 있다"고 밝혔다.
◇ 경찰, 약탈자 4명 사살…민간헬기 추락=CBS와 CNN 등 주요 방송사들은 뉴올리언스 북쪽에 위치한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을 연결하는 덴지거교 위에서 이날 오전 경찰이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약탈자 8명에게 총격을 가해 그 중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니컬스 뉴올리언스 경찰본부장은 "이들은 약탈자였으며 먼저 경찰에 총격을 가해 교전이 벌어졌다"면서 현재 총격 경위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뉴올리언스 상공을 비행 중이던 민간 헬기 1대가 추락했으나 총격에 의해 추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도했다. 헬기에 타고있던 민간인 2명은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 미시시피주에 이질 나돌아=리빗 장관은 또 "미시시피주 빌럭시에서는 이질발생 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CNN 등은 "피해지역에서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물에 잠겨있는 시체들이 처리되지 않고 있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와 E콜리 박테리아 등을 포함한 전염병이 유발할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제2의 '초대형 허리케인' 북상설에 한때 초긴장 = 카트리나에 이어 올 시즌5번째 허리케인 '마리아'가 대서양 먼바다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북상, 한때 미 전역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으나 다행스럽게도 미 본토가 아닌 해안지대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보돼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이날 "마리아는 지금 버뮤다 남동쪽 970㎞ 해상을 중심부가 통과하고 있다"면서 "육지에 위협을 주지는 않고 선박들의 항해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 마리아는 최대풍속이 시속 120㎞로 매시간 20.92㎞의 속력으로 북서진하고 있는 중이다.
◇ 네티즌 '자연 무시한 인간의 오만' 비판글 쇄도=방송과 신문 등 주요 언론에는 '자연질서를 무시하고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인간의 오만'을 지적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과거 그리스 신화에서 보았듯 신은 사악한 인간이 자연을 무시하고 해양을 건너가려 할 때 언제나 바람을 일으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게 했다면서 이번 카트리나도 인간의 오만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을 내렸다.
'엘런 루퍼트 쉘'이라는 네티즌은 워싱턴 포스트에 올린 글에서 "인간은 첨단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불안정한 지역에다 집을 짓는 우를 범하고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카트리나 대재앙은 자연을 극복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대상임을 다시한번 인식토록했다"고 부연했다.
◇ 美, EU·NATO에 긴급 지원 요청=미 행정부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자들을 위한 담요와 구급상자, 급수차량, 구호식량 등 비상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은 이날 연방 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워싱턴 주재 EU 집행위원회 측에 긴급지원을 공식 요청했으며, 첫 요청분은 전투식량(MREs) 50만 개와 담요 수만 장, 구급상자 및 식수 공급을 위한 급수차량 등이라고 EU집행위는 밝혔다.
현재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등이 지원을 약속했으며 일부회원국은 즉각 파견할 수 있는 특별인력까지 대기시키고 있다.
NATO 역시 워싱턴으로부터 구호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 빌 프리스트 원내대표, 의료자원봉사 나서=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엄청난 재해를 당한 뉴올리언스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의원 신분이 아닌 일반인의 자격으로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키로 했다. 그는 출발에 앞서 공항에서 "연방정부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너무 늑장을 부렸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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