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백화점 사장이 된 고아

얘야, 개학을 하였구나.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친구들과도 인사를 잘 나누었니. 인사(人事)는 따지고 보면 '사람 인(人), 일 사(事)'이니 결국 '사람이면 꼭 해야할 일'이라는 뜻이 되는구나.

오늘은 '먼저 인사하기'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라고 해. 영국 런던의 한 변두리 골목에 조그마한 백화점이 하나 있었대. 이 백화점 앞에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 하나가 매일 와서 놀다가곤 하였는데, 이 소년은 때묻은 얼굴로 백화점 문에 매달리기도 하고, 또 계단 앞에 앉아서 구걸을 하기도 하였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소년을 본체만체하였지. 이 백화점 주인도 이 고아 소년 때문에 손님이 줄어들까 하여 될 수 있는 대로 이 소년을 멀리 쫓아버릴 생각을 하였고…….

그러던 어느 날이었대. 그날도 이 소년은 백화점 문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는 구나. 이때, 이 백화점에 들린 한 귀부인이 이 소년에게 상냥하게 먼저 "안녕?"하고 인사를 하였대. 이 말을 들은 소년은 그만 잠시 멍해지고 말았지. 모두들 자기를 꺼려하는데 오직 이 부인만이 먼저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었기 때문이었지. 이 소년은 지금까지 이처럼 상냥한 인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이 소년은 얼른 문을 열어주며 자기도 인사를 하였대.

"네,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나서 이 소년은 골목으로 달려가 마구 자랑을 하였대.

"야, 나는 오늘 인사를 받았다."

그 후, 이 소년은 날마다 백화점 앞으로 가서 손님이 올 때마다 문을 열어주며 먼저 인사를 하였지.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이 소년은 자신이 처음으로 인사를 받았을 때의 기뻤던 일을 생각하며 보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를 하였대. 소년이 먼저 인사를 시작하자, 백화점에 들르는 사람들이 모두 웃는 얼굴로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모르는 사람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는 바람에 백화점 안은 매우 명랑해졌지. 그러자 백화점에는 점점 손님이 늘어났고…….

이것을 안 백화점 주인은 소년에게 깨끗한 옷을 입히고 음식도 주며, 손님에게 문을 열어주며 인사하는 일을 계속하게 하였대. 그 날부터 이 소년은 백화점을 마치 자기 집처럼 여기며 부지런히 일하였지. 그래서 마침내 이 소년은 그 백화점 사장의 가족이 되었고, 사장으로부터 백화점까지 물려받게 되었다는 구나.

어때? 정말 먼저 인사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 않니? 이처럼 인사는 한 사람의 일생을 바꿀 수도 있고, 한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지. 일찍이 공자(孔子)님도 "아무리 지나쳐도 괜찮은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인사하기이다"라고 하였단다.

인사는 결국 상대방을 깊이 인정한다는 것이란다. 즉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언제나 반겨줍니다'라는 뜻이 들어있으니, 얼마나 귀한 것이냐?

얘야, 너도 항상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되어라.

심후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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