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33년 2개월 전인 1972년 8월 1일 밤 10시30분. 독일의 뮌헨 국립극장에 기적이 일어났다. 오페라가 끝나자 3천 명의 청중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다 기립해 무려 '40분' 동안이나 박수를 치고 환성을 질렀다. 코 큰 독일 관람객들을 가히 '황홀지경'으로까지 몰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그 오페라는 '칼멘'도 '라보엠'도 '나비 부인'도 아니었다.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한국 오페라 '심청(沈淸)'이었다.
◇ 국내 모 음악이론가로부터 제대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한 데다 유학도 다녀오지 못해 무식하다고 비판까지 받았던 작곡가 윤이상(尹伊桑)이 서독으로 귀화해 만든 창작 오페라 '심청'이 뮌헨의 밤하늘에 울려 퍼질 때 독일인들은 식민 지배와 6'25의 상처로 세계 무대에 컴백하기 힘드리라 여기던 한국을 다시 보았다. 더 이상 한국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약소국 만이 아니라, 고귀한 것과 측은한 것을 생각할 줄 아는 문화 민족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가 부활한 심청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했고,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 예술계의 눈을 뜨게 했다. 남녀 간의 사랑만 따지던 서구인들에게 한국적인 가치관인 '효(孝)'를 화두로 내던지며 인류의 눈을 뜨도 했다. 또 다른 의미에서 오페라 '심청'은 일찌감치 한류(韓流)를 개척한 문화 상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현실과 슬픔, 희망을 노래하게 하는 것이 바로 한류의 본질이 아닐까.
◇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볼거리라는 오페라 축제가 29일부터 한달 간 대구에서 열린다. '2005 대구 오페라 축제'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이탈리아 베르디 살레르노 시립극장 오페라단이 공동 제작한 '리골레토', 대구시립오페라단의 '마르타', 체코 프라하 국립 오페라단의 '돈 조반니' 등 그랜드 오페라 6편이 선보인다. 또 서울대 오페라 연구소의 '바스티안과 바스티엔느', 대구 중구문화원의 '버섯피자' 같은 소오페라에 프리 콘서트까지 곁들여진다.
◇ 올해 세번째이기는 하지만, 대구오페라축제는 큰 꿈을 가져야 한다. KTX와 연계한 서울 관람객 확보, 인터넷을 활용한 전방위적인 홍보 등이 요구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을 능가하는 대구판 창작오페라를 만들어 대구를 살리는 동아줄이 생길 날을 꿈궈 본다.
최미화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