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을 통해 30대 여성 2명이 에이즈 감염 피해를 입은 충격적인 사실이 또 발생했다. 이들 여성은 2003년 8월, 20대 남성 에이즈 감염자가 헌혈한 피를 수혈받았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이 20대 남성은 헌혈 당시 에이즈 바이러스 항체가 생기지 않는 잠복기(21일)에 있어 음성 반응이었다고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수혈 공포감이 증폭되고 있다. 잠복기에는 현재의 의학으로 에이즈 감염 여부를 감별할 방법이 없다 하니 이런 수혈 케이스에 재수 없이 걸려 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또 에이즈 환자의 수혈 혈액을 원료로 쓴 약품이 2만7천여 병이나 시중에 유통된 사실도 드러났다. 그 뿐만 아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법정 전염병 미완치 환자 549명이 헌혈을 했다. 이들의 결핵 볼거리 세균성이질 쓰쓰가무시병 등 모두 13개 질환 병력의 부적격 혈액이 1천206명의 몸속에 흘러 들어갔다. 말라리아 감염자 38명의 혈액이 22명의 환자에게 수혈된 사고도 있었다. 이런 감염 혈액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것 아닌가. 보건 당국의 혈액 관리에 구멍이 단단히 뚫렸다.
당국은 에이즈 감염 잠복기의 감별 불가능에 대한 의학적 규명도 서둘러야겠지만, 원천적으로 에이즈 감염자가 헌혈에 접근할 수 없도록 종합적 데이터망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에이즈 환자 관리 시스템이 부실한 한 이번 같은 감염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발생한 에이즈 수혈 감염자 16명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헌혈 관리 또한 이처럼 국민 불신을 사면서 피가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것이 얼마나 먹히겠는가. 국민 건강권을 이 모양으로 다루면서 선진 복지를 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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