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청이 올 초 수성교~만촌네거리, 황금네거리~MBC네거리 구간을 비지니스 중심지구인 '대구의 맨해튼 거리'로 만들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작 있어야 할 업무·비지니스 빌딩은 온데간데없고 고층 아파트만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동대구로에 입주한 여러 벤처기능들과 연계해 이 일대를 비지니스 중심지구로 만든다는 것은 명목일 뿐, 실상은 아파트 건설업체들을 위한 선심행정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늬만 맨해튼?
수성구청은 지난 1월 정적인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고 생산도시라는 새 옷을 입기 위해 비지니스 중심지구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대구의 맨해튼 계획'을 세웠다. 맨해튼 거리는 수성교~만촌네거리(1.5km)와 황금네거리~MBC네거리(3km) 구간을 아우르는 수성구의 중심요충지.
이에 따라 구청은 지난 7월부터 다섯명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팀인 도시개발기동처리팀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 현재 신축중이거나 앞으로 들어설 예정인 15층 이상 건물 103곳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일대에서 '비지니스'라는 글자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아파트 일색인 것. 103곳의 고층건물 중 아파트 단지가 70%,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나머지 30%를 차지하고 있다. 업무·비지니스 전용 빌딩은 단 한곳도 없다. 이 일대를 비지니스 중심지구인 '대구의 맨해튼 거리'로 만들겠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는 것.
◇선심성 행정?
수성구청 인근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고충영(45·수성구 만촌동)씨는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이곳 도로사정 때문에 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불평했다.
대구 참여연대 윤종화 사무처장은 "아파트 건설업체들의 로비가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파트 건설붐에 편승한 수성구청의 눈가리기식 행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단정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도 "대구판 난개발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며 "구청은 아파트 위주로의 개발정책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무시설 유치가 관건
수성구청은 맨해튼 거리에 들어설 30여 곳의 주상복합 건물에 오피스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청 안종수 도시개발기동처리팀장은 "다른 광역시에 비해 기업체 비율이 낮은 대구의 실정과 지역경기의 장기 침체로 인해 기업을 유치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아 아파트 건물이 많아지게 됐다"며 "그러나 서울의 테헤란벨리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인 만큼 앞으로 많은 벤처기업들을 주상복합 건물에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다수가 우려하는 교통대란에 대해 안 팀장은 "지난해 말 대구경북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달 개통 예정인 지하철 2호선이 달구벌대로 교통량의 30%를 흡수하기 때문에 심각한 교통난은 없을 것으로 조사됐다"며 "인근에 우회도로가 많고, 수성로(중동교~수성여중)와 두산로 확장을 시와 협의하고 있는 등 동대구로의 교통 혼잡도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남대 신동진 교수(도시공학과)는 "현재 비지니스 수요가 거의 없는 대구에서 뉴욕의 맨해튼과 같은 대규모 비지니스 중심지구 구축을 계획한 것 자체가 현실성 없는 발상"이라며, "향후 비지니스 수요가 많아질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이 지역을 비지니스 센터로 개발하기엔 불가능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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