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와 친구만 겨우 살아 남았어요"

"물 밀듯 밀려오는 사람들 틈새에 끼여 남동생 2명과 친구 1명 등 4명이서 손을 꼭 잡고 서로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함께 넘어지고 말았어요. 한 참뒤 후 정신을 차려 보니 동생 2명이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이미 의식이 없었고 저와 친구만 겨우 살아 남았어요".

참사 현장에서 친동생 황인목(상주 청리중 1년)군과 사촌동생 황인규(청리 청동초교 6년)군 등 동생 2명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황인회(청리중 2년)양. "넘어진 뒤 '사람 살려요' 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뒤에서 사람들은 계속 밀려 왔다"며 인회양은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기억하며 오열했다. 인회양은 "출입문에 사람들이 몰린 상태서 갑자기 반쪽 문만 여는 바람에 줄 섰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쏠려 사고가 커졌다"고 말했다.

황군의 할아버지 황의수(70.상주 청리면 율리)씨는 공연 현장에 함께 있었으나 뒷편 줄에 서 있는 바람에 간신히 사고를 면했다. 황 할아버지는 "손자들이 사고를 당한 줄도 모르고 뒤에서 구경하고 있다가 가족들로부터 휴대전화 연락을 받고 알았다. 어떻게 손자 두명을 한꺼번에 데려 갈 수 있냐"고 통곡했다. 황씨는 "인목이와 인규는 사촌간이지만 입에 먹던 것도 서로 나눠 먹을 정도로 우애가 깊었다"며 "운동장에 가기전에 학습지도 여러 권 샀는데 이제 그 학습지를 누가 보냐"며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다.

할머니 최순애(69)씨와 어머니 유순미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실신, 밤 늦게까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인규군은 인목군의 동생이지만 집안의 장손으로 서울서 살다 가정 형편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초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할아버지·할머니와 작은 아버지인 재연(45)씨 품에서 컸다. 이들 가족들은 한 마을에서 목장 일을 하며 도란도란 살았다. 특히 인규군은 학교에서도 가족과 떨어진 슬픔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항상 꿋꿋하고 명랑하게 생활했다는 것. 뒤늦게 소식을 듣고 서울서 달려온 인규군의 아버지는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사진 : 3일 발생한 상주자전거축제 행사장 압사 사고의 희생자 유가족들이 상주성모병원에서 오열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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