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지만 지방의 학생들이 제대로 된 논술 교육을 받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한 반에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아야 3, 4명에 불과하고 학원조차 찾기 힘든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에게 논술은 넘기 힘든 산이다. 그래서 김수범(경북 상주고) 교사는 해법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인터넷을 통해 논술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고, 첨삭지도까지 해 주면서 5년째 학교 밖 교실을 운영해오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인기 교사
김 교사가 인터넷을 통해 논술 지도를 시작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한 학력 편차로 교실안에서는 논술 강의를 원치 않는 학생이 더 많은 상황이라 일률적인 논술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 인터넷을 활용하게 된 것. 그는 "보충수업 시간에도 논술을 포함한 입시와 관련된 교과 수업을 일절 할 수 없어 학교안에서는 논술에 대한 학생들의 욕구를 해소시켜줄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며 "소수라고는 해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망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 때부터 그는 대학입시에 논술이 도입되던 해부터 모아온 자료를 모두 정리해 홈페이지에 올리고, 학생들과 개별 상담을 시작했다. 논술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던 터라 그는 지식전달 차원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췄다. 질문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논술에 대해 무엇을 모르고 있고, 무엇을 힘들어하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데 중점을 둔 것이 주효했다.
사이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하루 평균 대여섯 건의 질문이 게시판에 올라온다. 입시철이 다가오면 수십 개의 첨삭 요청이 들어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 그는 "논술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물리적 한계가 많지만 학생들이 큰 도움을 얻었다며 이메일을 보내올 때면 든든한 우군을 얻은 기분"이라며 "지금은 문장 하나하나의 첨삭에 매달리지 않고 학생의 글이 가진 문제점을 유형별로 지적해 주는 방법을 사용해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그는 경북 교육청 논술교실(www.kben.prg)에서도 첨삭 교사로 활동중이다.
△올바른 글 올바른 생각
김 교사가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요즘 학생들이 인터넷식 표기에 익숙해져 정확한 문장 표현을 하지 못하는 점. 그는 "은어나 비속어인줄 모르고 마구 사용하는 경우도 많으며, 문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정확한 언어의 사용이 논리적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논술문 작성에 있어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배경지식을 마구잡이로 나열한다는 점이었다. 논술의 기본 성격인 '논리적 접근'과 '문제 해결'을 무시하고 자신이 아는 정보를 모조리 나열하는 작문식 글쓰기를 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 그는 "배경지식이 글을 쓰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논술의 특성은 지식 자체보다는 그 지식을 구체적인 문제 상황에 활용하는 종합적인 사고력과 가치관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모범 답안 익히기 식의 배경지식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원리를 익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써 배경지식을 제대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논리력을 키우라
김 교사는 "모범 답안을 외우는 식의 논술 교육이 나쁘다고는 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약이 될 수도 있다"며 "외우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에 적용시켜 논리적 흐름을 짜 맞출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하라"고 했다. 이런 능력만 갖출 수 있다면 현재 대두되고 있는 통합교과형 논술도 너끈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또 그는 "책을 읽더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라"며 "한 쪽의 책을 읽더라도 그 속에 드러난 문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많은 책을 읽는다고 논술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읽고 자신의 생각에 흐름을 갖추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그는 "논술에 왕도는 없지만 글을 쓰는데 대한 부담감을 털어버리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자신의 글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돌려읽고 비평을 해 보는 것이 좋다"며 "능력이 닿는 한 가리지 않고 첨삭지도를 할 생각이니 언제든지 홈페이지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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