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내 못 구해" 망연자실

부인과 함께 공연 구경을 왔던 김병술(69·상주시 중동면 오상2리) 씨는 다리 골절상으로 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는데 부인은 현장에서 죽었다며 병원 침대 위에서 대성통곡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내내 집에서 아내 김인심(67) 씨와 함께 페인트 칠을 하다가 오후 3시쯤 자신의 승용차에 동네 사람들을 태워 시민운동장에 도착했다. 그 뒤 무려 2시간 30여 분 동안 운동장 직 3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여는 바람에 앞서 운동장으로 떠밀리다시피 들어갔다. 김씨는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아내와 함께 깔렸다"며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었는데다 사람 살리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기억했다.

김씨는 가슴 윗부분까지 사람들에게 파묻혀 부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이젠 죽었구나'하는 생각과, 누군가가 양팔을 당기는 것을 느끼는 순간, 기절을 했는데 눈을 떠보니 병원에 와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 직전 앞줄에 서 있던 몇몇 사람이 "공연 관람객이 너무 많이 몰려 위험한 것 같다"며 걱정을 했는데 그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했다. 특히 운동장 안에서는 가수들의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밖에 있는 사람들이 문이 열리면 서로 자리를 잡기 위해 조급증을 내는 상황이었는데도 운동장 밖에는 현장 질서를 유지하는 안내요원 한 명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3남1녀의 자녀가 모두 객지에 나가있고 아내와 단둘이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살았는데 이제 어떻게 혼자 사느냐"며 통곡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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