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립중앙박물관이 28일 개관한다. 서울 용산에 자리 잡은 새 박물관은 9만3천여 평의 부지에 연건평 4만1천여 평, 전체 건물 길이 404m, 최고 높이 43m의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규모로 치면 세계 6대 박물관에 들 정도다.
3개 층으로 마련된 건물 동관의 상설전시장은 1층 구석기~발해시대까지 고고관, 고려~조선시대 기록문화유산을 마련한 역사관, 2층 문화수집가들의 기증유물을 모은 기증관, 서예, 회화 등을 전시한 미술관Ⅰ, 3층 새로 신설한 아시아관, 도자기·금속공예 등을 모은 미술관Ⅱ 등 모두 6개로 구성된다. 박물관은 15만 점 이상의 소장 유물 중 1만1천여 점을 개관 전시한다. 이 가운데는 국보 59점, 보물 79점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문화재도 다수 선보일 예정이다.
24일 개관에 앞서 둘러본 박물관은 전시 규모나 전시품의 성격에서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엔 우리나라 국보 300여 점 가운데 건축물을 제외한 동산 성격의 국보 200여 점 중 59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장 먼저 눈길을 붙잡은 것은 박물관 3층 불교조각실에 자리 잡은 금동반가사유상(국보 83호). 높이 90.9cm의 이 반가사유상은 이미 교과서를 통해 익숙해진 것. 경주 황남대총 출토 신라 금관과 함께 독립된 방에 홀로 전시되고 있다. 동양 불교 조각상의 기념비적인 유물로 꼽히는 반가사유상은 박물관의 유물 안내 글도 인상적이다. "입가에 머금은 생기 있는 미소, 살아 숨쉬는 듯한 얼굴 표정, 부드럽고 유려한 옷 주름, 손과 발의 섬세하고 미묘한 움직임…모든 것들이 이상적으로 표현됐다."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국립부여박물관 소장)는 93년 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되어 이듬해 잠깐 모습을 보인 지 11년 만에 다시 개관기념으로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대향로에 새겨진 74개의 산봉우리, 6그루의 나무, 12개의 바위, 39마리의 동물, 16명의 인물상은 그저 지켜만 봐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무령왕릉 출토 머리 장식 관식(국보 155호), 황남대총 북분출토 신라금관(국보 191호)도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
1층 고고관의 부산 동삼동 신석기 패총 유적에서 나온 융기문 토기, 강원도 춘천 천전리의 화살촉과 살대 결합 유물 등은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유물. 경북 경산시 임당동에서 나온 삼국시대 갑옷 제작 나무틀은 통통한 몸체 밑에 달린 받침대 발이 앙증맞다. 고구려실 전면에는 사신도 벽화의 모사도가 사방에 붙어 있다.
용산 이전과 함께 신설된 1층 역사관은 고려, 조선의 역사 관련 자료, 문서들을 각 주제관으로 나눠 보여준다. 세계 최고 목판인쇄물 무구정광 대다라니경(국보 126호)과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국보 180호), 전남 해남 윤선도 생가 소재 공재 윤두서 초상(국보 240호)도 눈길이 머무는 곳. 특히 세한도는 총 길이 10여m에 이르는 두루마리 대작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다.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의 부상품인 청동 투구와 한 번도 소장 장소를 떠나지 않았던 아산 현충사 충무공 장검 등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박물관에서 차례로 소개한 6개 전시실의 관람 동선은 무려 4㎞. 박물관 관계자는 "눈으로 훑고 지나가도 11시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전에 관람목표를 정해 특정 전시실 위주로 관람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까지 무료 개방되는 박물관은 입장객의 안전을 고려, 매표소에서 반드시 입장권을 교부받아야 한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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