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학생 아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연락도 없이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어떤 친구들이냐고 물으면 대답도 잘 안 하고, 뭐 하다 왔냐고 다그치면 화를 내며 방에 들어가 버립니다. 아이의 친구 관계를 어떻게 대해 줘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답:유아기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느끼는 친밀감을 가장 소중하게 여깁니다.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면 좋아하지요. 그러나 학교에 들어간 뒤 일정 시기가 지나게 되면 친구 관계를 가족 못지않게 중시하기 시작합니다. 부모들은 그때까지의 양육 방식에 따라 친밀감을 보이며 관여하려 들지만 아이들은 이미 달라져 있기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단지 친구 관계뿐만 아니라 이 단계의 아이들을 대할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신뢰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노력해야 합니다.
첫째, 부모가 일관성 있게 비쳐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우리 부모님은 모든 일에 뚜렷한 기준과 입장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도 그렇게 행동한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부모도 잘못하면 자녀에게 즉각 시인하고 고치려 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부모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다른 이유를 대며 억지로 꾸미려들면 진정한 믿음은 생길 수 없습니다. 셋째, 자녀의 잘못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에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남의 집 아이에겐 합리적인 사람이라도 자기 자식에겐 그렇지 못해 쉽게 언성을 높이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참으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자녀의 친구 관계를 대하는 데도 부모 자식 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그동안 신뢰 관계가 충분하지 못했다면 곱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하긴 힘듭니다.
일단 자녀의 친구 관계가 정말로 엄청나게 잘못되지 않았다면 너무 확대해서 보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의 기준으로 친구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지시해서도 안 됩니다. 공부는 잘 하느냐,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냐 등 부모의 기준을 내세우며 친구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나에게 어떤 이익이 되느냐가 아니라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같이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느냐를 친구 관계의 더 큰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심지어 때리고 금전을 갈취해도 자신을 이해해주기만 하면 친구라고 여기는 게 아이들입니다.
따라서 친구 관계에 대한 대화는 "누구와 재미있게 지내느냐"에서 출발해 무엇이 좋고, 왜 재미있는지 등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통해 자녀가 친구를 선택하고 사귀는 기준을 파악해야 합니다. 부모들은 이런 기준을 너무 확대 해석하거나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공부를 못하는 친구를 만나면 어울려 노느라 공부를 멀리하고, 성적이 떨어지고, 좋은 대학에 못 가서, 인생에 실패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거지요. 이런 걱정은 자녀에게 아무리 늘어놓아도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와 친구 된다고 공부를 잘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지요.
대화를 통해 결론에 이르는 방법도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만큼 다양한 시각이 부족하지만 자신은 의사 결정 능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결정을 내려 억압하면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부모가 보기에 결론이 너무나 분명하다고 해도 자녀의 의견을 묻고 스스로 그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계기를 주고 지켜봐야 합니다.
중학생이라고 해도 대개는 자기중심적이며 자기 나름대로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럴 때는 이것이 정답이라고 던져주기보다는 시간을 주고 자율적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신뢰를 쌓고 자율성을 길러주는 일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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