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 주민투표 일제히-이모저모

지자체마다 "우리가 승리"

2일 방폐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가 경주·포항·영덕 등 경북도내 3개 지역과 전북 군산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주민들은 지역현안에 대한 첫 주민투표에 대해 의의를 부여하면서도 과열경쟁에 대한 후유증을 걱정했다. 찬반단체들은 지금까지 과열양상과는 달리 조용한 가운데 투표를 지켜봤으며 유치단체마다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경북도는 2일 도청 3층 1회의실에 방폐장 주민투표와 관련, 개표상황실을 설치하고 4개 지역별 투·개표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11시 영천에서 있은 하이브리드 부품 기술혁신센터 협약식에 참석한 뒤 도청으로 돌아와 포항·경주·영덕 지자체장들에게 위로 전화를 하는 것으로 관심을 표시했다. 그러나 투표지역 방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정병윤 경북도 과학정보산업국장은 "투표율이 높은 것은 찬성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부정선거 시비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주민투표와 관련, 도내 248개 투표소와 4개 개표소 경비에 경찰관 846명과 전·의경 7개 중대 등 1천500여 명을 배치했다. 또 안전한 투표함 운송을 위해 투표소별로 무장경찰관 2명씩을 배치,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도내 개표장소는 경주공고체육관, 포항여중, 포항체육관, 영덕군청 등 4곳이다.

○…경주시 공무원들은 이번 투표를 앞두고 투표독려와 관련, 선관위측의 태도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불만을 토로. 경주시 한 공무원은 "지난 선거때까지만 하더라도 '다 함께 투표합시다'는 말을 해달라고 조르던 선관위가 이번 방폐장 투표에 대해서는 단순한 투표참여 권유활동마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지 못할 일"이라고 주장. 한편 각 지역별 투표장 주변에서는 불탈법 행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회원 및 반대측 인사들과 투표장에 나오는 시민들에게 눈인사라도 하려는 찬성측 인사들간에 말없는 신경전도 이어졌다.

○…국책사업경주유치추진단 등 경주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은 군산측의 지역감정 조장에 대해 극도의 분노감을 표시하면서 경주시민 단합을 강조하고 투표결과와 무관하게 군산측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투표 당일까지도 제기.

경주추진단은 "없는 말을 만들어 군산시민을 우롱하고 경주를 비롯한 영남인 전체를 분노케한 장본인이자 주범은 군산시임을 재차 밝혀 둔다"며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

경주에서는 또 "이 같은 일이 지사와 시장 권한대행이 참석한 자리에서 벌어지는데도 정부와 선관위는 뭘하고 있었나"며 방관만 하고 있는 듯한 관계기관에 대해서도 울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

○…이날 경주시내 투표소에는 20대 유권자들이 아침부터 많이 나와 무관심층으로 분류했던 관계자들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는 말이 나왔다.

황성동, 동천동, 용강동 등 시내 주택가 밀집지역에서는 운동복 차림이나 출근길의 젊은 유권자들이 잇따라 투표소를 찾았는데 ㄷ대 학생 이모(22·여·황성동) 씨는 "학교 도서관 가는 길에 투표장에 나왔다"며 "지역의 최대 현안에 관심을 갖고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공단 근로자가 많은 용강동 투표장에도 농어촌 지역보다는 훨씬 많은 유권자들이 이른 시간에 나왔는데 윤모(36) 씨는 "젊은 근로자층이 반대세력이라는 이분법적 예측은 틀린 것"이라며 "회사에서 대화를 나눈 결과 획일적으로 선을 긋기는 힘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포항시 대이동사무소에서 마련된 대이동 투표구 제1투표소에는 오전 7시까지 50여명만이 투표를 마쳐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등 다른 선거때와 비교해 다소 한산한 분위기. 투표를 마친 신홍만(52.건설업) 씨는 "공무원들만 관심이 있는것 같고 일반인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언론보도대로 군산이 결집력이 강하니까 경북보다 찬성율도 높지 않겠느냐"고 평가. 운동을 위해 일찍 투표를 마친 주부 김복녀(35·여·오천읍 구정리) 씨는 "방폐장 홍보전이 본격화 되면서 주부들끼리 모여 앉으면 방폐장 문제가 최대 화제였다"며 "방폐장 유치가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는 만큼 주민들의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찬성 및 반대측 참관인인 박금숙(40·여)씨와 양선영(28·여)씨도 "조용하게 투표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느 선거때보다는 아침 일찍 투표하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고 설명.

○...핵폐기장 포항유치반대대책위 박창호정책실장은 "반대대책위 입장은 일부에서 잘못 알고 있는 기권운동이 아니라 투표에 참여해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라며 "각 투.개표소에 참관인 및 순찰대를 배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철저한 감시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

○…2일 영덕군청 500여 공무원은 새벽 5시 일제히 출근. 영덕군은 "주민투표 현장에서 기표장 안내를 비롯, 각종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일찍 출근토록 했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2개여월 동안 방폐장 업무 때문에 정상근무는 꿈도 못꾸었는데 이제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니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1일 밤새 출향인들이 대거 고향 영덕을 찾았다. 이들은 "방폐장 선거 내일. 오늘밤 고향 부모님과 주무시고, 내일은 투표장으로'라는 휴대폰 무자 메시지를 집중 발송하는가 하면 지인들을 만나 찬성 홍보에 열을 올렸다. 영덕읍이 고향인 이덕록 대구씨름협회장은 "군산과 경주, 영덕이 오차 범위내에서 다툰다는 소식에 불안해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반대 운동을 주도해 온 영덕군핵폐기물반대대책위는 "최선을 다했다.그러나 숫적 열세에다 워낙 관이 깊숙이 개입, 너무 힘들었다"며 그에 따른 후유증은 전적으로 영덕군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장영락 영덕핵반위 집행위원장은 "건국이래 최대 부정선거가 이번 주민투표 인 것 같다"면서 심해도 너무 심했고,이렇게 방치한 정부 또한 그 책임에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 군산에서는 1일 오후 7시20분쯤 찬·반 양측 주민들의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군산의 가장 번화가로 꼽히는 나운동 극동주유소 네거리에서 홍보활동을 벌이던 중 서로 몸싸움이 벌어져 찬성 측 장모(63)씨 등 2명과 반대 측 황모(38) 씨가 부상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해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졌으나 양 측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시비를 가리기로 하고 해산했다.

사회2부·연합뉴스

사진: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찬반 주민투표가 실시된 2일 오전 경북 경주시 동천동 황성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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