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님 고언 "세상과 행보 같이하라"

신임 조계종 총무원장을 축하 방문한 정세균 여당 당의장은 어제 지관 스님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제발 세상과 행보를 같이하라"고. 박근혜 대표 또한 "당리당략을 위해 싸우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다. 세상과 행보를 같이하라? 거 참, 열린우리당 사람들에게 딱 들어맞는 선문(禪問)이다. 당리당략? 대안(代案) 부재'반사이익의 한나라당에 참으로 근사한, 유골(有骨)의 선물이다.

선거 끝났으면 곧바로 국회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도리다. 그럼에도 여야는 술 덜 깬 사람처럼 국회는 뒷전이다. 열린우리당은 계파 싸움부터 시작이고 한나라당 중진들은 서울시장 따먹기에 얘기꽃을 피우고 있으니 이 양반들 도대체 세상 사람들과 행보를 같이하지 않음이다. 국민과, 여론과 '따로국밥'이다.

정기 국회가 얼마 남았다고 이러는가? 차포(車包) 다 떼고 나면 한 달 조금 남았을 뿐이다. 새해 예산안이라는 거대한 숙제 덩어리, 거기다 한나라당은 무려 9조 원을 감세하겠다고 용심부리고 있다. 계류 법안만도 1천800건이다. 사학법'X파일 특별법'쌀비준 동의'금산법 개정안'국방개혁법…. 이거 몽땅 졸속 입법하려는가?

마이동풍을 개탄한다. 지금이 대통령이 탈당할 시점이니, 당중앙위 해체 요구는 쿠데타적 음모니 등등 친노'반노 간의 일진일퇴 반격전은 꼴불견이다. 노 대통령 또한 내년 초에야 뭘 밝히겠다는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당의 갈지(之)자 행보에 일조(一助)했다. 거기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핸가 뭔가 하는 글로 여섯 번째 오해를 부르고 있다. 수신제가(修身齊家)-여당부터 집구석이 조용해야 국회 일도 보지 않겠는가.

한나라당은 또 뭔 일인가? 우린 그들이 "재선거 승리가 약이냐 독(毒)이냐"고 할 때 정말로 자숙하는 줄 알았다. 그 새를 못 참고 중진들이 서울시장에 우루루 나서겠다 춤을 추고, 어떤 이는 당직 사퇴서까지 내던지며 촐싹대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재'보선 대승당, 대선(大選) 대패당'이란 소리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엊그제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이 국회를 찾아가 기업 활동 위축 법안들을 거론하며 "제발 경제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호소했다. 통계청은 어제 "저소득 가구(소득하위 20%)의 올 3분기 가계수지 적자율이 52%"라며 서민 경제의 빈익빈을 보고했다. 백성들의 이런 처지와 국회는 뒷전인 정치권-이러니 청와대나 여나 야나 하나같이 세상과 따로 논다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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