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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어디 십 리만 더 걸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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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논길을 걸어가니 메뚜기가 벼 줄기 뒤로 숨는구나.

옛날 어느 깊은 산골에 노 선사 한 분이 어린 제자와 함께 공부를 하고 있었단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탁발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었대. 그런데 앞서가던 선사는 몇 발자국 옮긴 뒤에는 짚고 있던 지팡이로 땅바닥을 쿵쿵 굴리며 가는 것이었어.

'거참 이상하다. 왜 우리 선사님은 저렇게 지팡이로 자꾸만 땅바닥을 쿵쿵 굴리실까?'

이렇게 생각한 어린 제자는 그 까닭을 물어보았지.

"얘야, 내가 이렇게 지팡이로 땅바닥을 쿵쿵 굴린다고 생각하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어디 십 리만 더 걸어가 보자꾸나."

선생님은 제자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십 리를 더 걸어갔대. 늦은 여름이라 날씨가 더워서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지. 그런데도 어린 제자에게는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대.

'발자국 수를 세는 것일까? 심심해서일까? 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까? 참, 알 수가 없네.'

어린 제자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사로잡혔지.

"얘야, 십 리를 다 왔다."

"네, 그런데도 아직 시원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디 십 리만 더 걸어 가보자."

선사님은 여전히 지팡이로 땅을 쿵쿵 굴리며 앞장서서 휘적휘적 걸어갔대. 어린 제자는 또 부지런히 뒤따라갔고……. 그 때였어.

'아! 그렇구나!'

어린 제자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무릎을 탁 쳤대.

"아, 선생님! 선생님께서 땅을 구르시는 까닭은 길섶에 있는 곤충들이나 뱀에게 우리가 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요?"

그러자 선사님은 돌아서서 어린 제자를 번쩍 들어올리며 말했대.

"아이고, 잘 생각해내었다. 내가 이렇게 땅을 쿵쿵 굴리면 곤충들이 함부로 우리 앞길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야. 공연히 죄 없는 곤충들을 밟아 죽여서는 안되지! 다 같이 이 땅위에 같이 살아가면서……."

"네에."

어린 스님은 고개를 끄덕였지.

"그래서 우리가 신고 있는 이 짚신도 오합혜(五合鞋)라고 해서 바닥을 엉금엉금하게 해서 신는 거란다."

"그럼, 보통사람들의 신발은 구합혜(九合鞋)나 십합혜(十合鞋)가 되겠군요."

"그렇지. 그 신발은 바닥이 훨씬 촘촘하여 벌레가 밟히면 쉽게 빠져나갈 수가 없지."

선생님은 어린 제자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셨대.

만약 선사님이 제자에게 바로 답을 가르쳐 주었더라면 어떻게 될 것 같니?

그리고 만약 이 어린 제자가 '네, 선생님.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조심스럽게 건너라는 가르침대로 하고 계시는 것이지요?'라고 대답하였다면 선사님은 또 어떻게 대답하셨을 것 같니?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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