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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링크 '오리온전기 해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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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약한 CRT 내치기 위한 편법"

국내 최대규모의 브라운관 생산업체였던 오리온전기가 지난달 31일 전격적 법인 해산 결정 이후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오리온전기지회(지회장 배태수)는 10일 오전 11시 노조사무실에서 '오리온전기 청산결의에 대한 노조의 입장'과 '오리온전기 사기매각 책임자 처벌과 공장정상화 투쟁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투쟁에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방법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올해 2월 미국 매틀린패터슨사가 오리온전기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지 10개월이 채 안돼 1천300여 명의 직원을 거리로 내몬 것이다.

◆왜 법인해산 결정됐나?

오리온전기(대표 김주만)는 지난달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전격적으로 법인해산 결정을 내렸다. 이날 주총은 법인 유동성 부족과 채산성 악화로 자금이 부족하고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자산 잠식을 막을 방법이 없어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965년 설립된 오리온전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설비로 TV용 컬러 브라운관과 컴퓨터 모니터용 컬러 브라운관을 생산해왔지만 1998년 외환위기 뒤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경영위기를 맞았다. 이어 2003년 5월 부도가 났고 2004년 7월 매각공고를 했다. 이후 10월에 미국의 매틀린패터슨사가 입찰 의향을 밝히자 대구지방법원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고, 올해 2월 매틀린패터슨사는 오리온전기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오리온전기의 새로운 주인이 된 매틀린패터슨사는 지난 5월 오리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분할하고 CRT(브라운관유리)사업부를 홍콩계 펀드인 오션링크사에 양도하면서 회사종결을 선언해 회생의 길로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노조원과 단 한차례의 협의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법인해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노조의 반발

오리온전기 노조는 지난 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청산 저지를 결정했다. 노조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특히 매틀린패터슨사는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합의한 △고용승계와 3년 이내 구조조정 불이행 △불가피한 구조조정시 노조와 합의 △CRT관련 직원 3년간 고용보장 등의 합의사항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배태수 오리온전기 노조 지회장은 "대주주의 일방적이고 전격적인 법인 해산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해산 저지를 위해 물리적 방법은 물론이고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 측은 사측이 의도적으로 청산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틀린패터슨사는 오리온전기 매각을 추진하면서 사양사업이 된 CRT부문을 배제시키고 경쟁력이 뛰어난 OLED와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만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것. 즉 매각추진사인 오리온전기CRV가 일괄매각을 전제로 하자 CRT가 포함된 사업체의 일괄매각 후 분할매각, 분할매각 후 청산이라는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안진찬 노조 정책부장은 "CRT사업부를 양도받은 오션링크사가 주총을 통해 의결한 회사의 해산결의는 합의사항에 대한 최소한의 형식과 내용조차 갖추지 않은 일방적인 것으로 당연히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의 생존투쟁

노조는 매틀린패터슨사를 해외투기자본의 전형적 기업사냥꾼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오리온전기 청산저지, 공장 정상화 △고용보장 합의이행 △사기매각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해외투기자본에 대한 감시와 규제 강화책 마련 촉구 등으로 투쟁방안을 설정하고 맞서고 있다.

또 법정투쟁과 함께 채권 확보를 위한 자산 가압류, 주주총회결의처분 무효확인소송, 합의서 파기에 따른 피해배상청구, 퇴직금 등 미지급 임금관련 소송 등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경쟁력이 낮아 회사가 회생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단순 매각이 아닌 법인 해산이어서 법정으로 가더라도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미지수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를 인수한 오션링크가 법인 해산 결정을 번복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1천300명의 생존이 달린 문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면 결국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다 노조 측은 대주주 측이 디스플레이 업종의 사양화와 원가구조 때문에 법인을 해산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사진: 오리온전기가 회사 측의 법인해산결정에 맞서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해산저지 투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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